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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중고폰 2000만시대]②신분세탁한 도난폰, 해외 밀수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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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가 최고 30만원…청소년 절도 부채질
밀수출단 기업·조직화하기도
택시통해 폰 수집, 명의 가개통해 중고로 팔아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권용민 기자] 지난 9월 초 울산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서 스마트폰 45대를 훔친 청소년 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18세 정모군을 비롯한 일당은 새벽을 틈타 매장 유리를 해머로 부수고 침입해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싹쓸이’해 달아났다. 피해액수는 4500만원. 이들은 길거리에서 행인들에게 전화를 잠시 빌려 쓰겠다고 한 뒤 그대로 달아나거나 빈 병실을 돌며 고가의 스마트폰을 훔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대구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이 시내 휴대폰 매장에 침입해 스마트폰 43대(약 4000만원 상당)를 훔치고 초등학생들의 휴대폰을 강탈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 관련 절도범 검거 건수에서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기획-중고폰 2000만시대]②신분세탁한 도난폰, 해외 밀수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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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중고폰 2000만 시대와 무관치 않다. 중고폰 매매 시장이 활성화되자 스마트폰을 훔쳐 되파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런 도난폰이 중고폰으로 둔갑해 해외에 수출되는 경우도 많다.

6일 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는 택시가 지나가면 폰을 들고 흔드는 이들을 몇몇 볼 수 있었다. 중고 휴대폰 중개상들은 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주로 택시를 통해 폰을 수집했다. 택시기사 A씨는 “낮에는 별로 없고 주로 밤에 많이 보인다”며 “빈차 상태로 다니다 보면 켜진 휴대폰을 비추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중개상들은 주로 취객이 많아지는 시간대인 밤 11시부터 활동하기 시작한다. 손님이 탔거나 '빈차' 사인을 켜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접근하지 않는다. 그는 “예전에는 번화가 중심으로 많았지만 요즘에는 외진 곳으로 많이 이동했다”며 “강남만 해도 (중개상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지만 보통 사람 눈에는 좀처럼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고 휴대폰은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들이 줄지어 있는 장소에서도 종종 거래가 됐다. 비슷한 시각 번화가 인근에 줄지어 정차한 택시들 쪽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접근했다. 가장 뒤에 서있는 차량 운전자부터 말을 건네다 한 택시기사와 대화가 길어지더니 무언가를 주고받았다. 분실폰과 돈을 맞바꾼 것이다. 택시기사 B씨는 “운행 중에 불빛을 비추기도 하지만 정차해 있을 때 와서 휴대폰 있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거래되는 휴대폰은 기종과 등급별로 싸게는 5만원에서 최고 25만~30만원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택시기사 입장에서도 이에 따른 위험요소는 있다. 10년째 택시를 운행 중이라는 운전기사 C씨는 “휴대폰을 넘겨도 돈을 안 주거나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는 중개상들도 있고, 심지어 휴대폰을 받아 놓고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협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불법적 거래행위인 만큼 서로 믿지를 못하는 셈이다.


지난해 경찰청에 접수된 휴대폰 절도 건수는 3만1000여건으로 전년 대비 세 배로 급증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도난·분실 휴대폰에 대해 전국적으로 집중단속에 나서 9월 말까지 1만4630명이 검거됐고 934명이 구속됐으며 휴대폰 1만3611개가 회수돼 주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도난 양상도 찜질방·유흥가 등에서 일어나는 좀도둑질을 넘어 조직화·기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조직폭력배와 조선족, 휴대폰 판매점주 등이 포함된 기업형 밀수출단 5개 조직 190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피라미드형 점조직을 운영하며 34억원에 상당하는 스마트폰 4200여대를 중국으로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폰 부정개통이나 대출사기 역시 불법적인 중고폰 수출에 이용된다. 대출을 해 주겠다며 노인이나 신용불량자들 명의로 휴대폰을 가개통한 뒤 이를 중고폰으로 팔아넘기는 식이다. 또 온라인 휴대폰 커뮤니티에서 판매자가 신분증 사본을 요구한 뒤 명의를 도용해 무단으로 휴대폰을 개통한 뒤 처분하는 경우도 있다.


분실·도난폰은 항공특송을 통한 중고폰 수출 경로로 유출된다. 당국의 밀수출 검사를 피해 소량으로 나눠 개별 관광객의 짐이나 보따리상, 특송화물편에 실어 보내는 것이다. 물품가격 200만원 이하가 대상인 간이수출은 수출신고양식과 절차가 복잡한 일반수출보다 간편한 절차로 통관이 가능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정상적인 중고폰 수출에 ‘끼워 넣는’ 방식도 나타났다. 지난 2월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는 수출신고된 휴대폰 691대가 실린 화물에서 도난폰이 발견되기도 했다. 겉보기엔 정상적인 중고 휴대폰 수출품이었지만 검사과정에서 일일이 휴대폰의 고유 일련번호와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를 확인해 보니 도난·분실신고가 된 휴대폰 25대, 아예 번호나 IMEI를 지워버린 225대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지난달 말 인천공항세관에서 적발된 스마트폰 도난 적발 건수는 21건(336대)으로 금액으로는 약 1억7000만원(개당 5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적발건수는 8건에 1712대로, 건수는 늘었지만 대수는 줄었다.


올해 7월부터 관세청·미래창조과학부·경찰청은 합동으로 도난·분실 중고스마트폰 해외 밀수출 방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통해 휴대폰 수출물량의 일련번호와 IMEI를 전수조회하는 등 심사를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관세청에서 경찰에 신고된 불법 분실·도난폰 밀수출 적발물량은 모두 2350여대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520여대로 그 수가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휴대폰 도난 건수도 2010년부터 매년 30만건씩 늘었다가 공조체제가 가동되면서 올해부터 20만건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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