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만한 경영, 수익 악화, 퇴직 임직원의 낙하산 이직, 부실대출, 채무기업 구조조정 실기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의원들의 질책성 질의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훨씬 더 싸늘하다. 산은의 행태가 국민경제 발전 촉진을 위한 산업자본 공급과 관리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많이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데다 도덕적 해이마저 드러내고 있어서다.
지난 4월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산은의 대출잔액은 4조2000억여원이나 된다. 산은은 부실징후가 뚜렷했던 STX그룹에 대해 제때 구조조정을 유도하지 못하고 과다한 대출을 계속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 STX 대출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2600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반기까지 포함한 올해 연간 적자 예상액에 대해서는 홍 회장이 '최악의 경우 1조원'이라고 밝혔다. 2000년 이후 13년 만의 적자다. 9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에 대해서도 산은은 미리 채권은행 입장에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퇴직 임직원의 낙하산 취업에는 적극적이었다. 2008년 이후 퇴직한 임직원 524명 중 산은이 채권자이거나 주주인 기업에 재취업한 사람이 114명(22%)이나 된다. 이에는 STX그룹으로 간 24명과 동양그룹으로 간 9명도 들어있다. 산은 출신은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 전문성이 있어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산은 측에서 흘러나온다. 그러나 산은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 소유의 골프장 최고경영자 등 그런 전문성과 무관한 자리에도 산은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앉아있다.
산은은 이명박 정부 때 민영화니 메가뱅크화니 하는 설익은 정책 바람에 휩쓸린 탓에 더 방만해지고 부실해진 측면이 있다. 산매금융을 강화한다고 최근 3년 새 점포를 45개에서 82개로 37개나 늘렸다. 임직원 수는 8년 새 2000명 선에서 3000명 선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산은을 정책금융공사와 다시 합쳐 정책금융기관으로 유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럴 경우 산은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느슨해진 조직을 추슬러 산업금융의 본산으로서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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