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늘은 제50회 저축의 날이다. 저축의 날이 기념일로 정해진 것은 1964년.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해 상을 줄 정도로 저축장려는 국가적 관심사였다. 근검절약 분위기가 퍼지면서 1960년대 5%대였던 가계저축률(저축액/가처분소득)이 1988년 24.7%까지 높아졌다. 우리가 절대빈곤 상태를 벗어나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올라서는 데 저축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저축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으며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겨우 3.4%에 머물면서 경제협력기구(OECD) 25개 회원국 가운데 18위로 하위권이다. 가계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늘어난 빚 때문에 저축할 여력이 줄어든 결과다. 1980년 16.9%였던 가계소득 증가율은 1990년대 12.7%에 이어 2000년대에는 6.1%로 떨어졌다. 그 사이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아파트값이 치솟자 빚을 내 집을 사는 가구가 급증한 데다 사교육 열풍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가계를 압박했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저축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선진국에서 보듯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소비가 늘며 저축률이 낮아진다. 하지만 우리 저축률 하락세는 너무 가파르다. 미국ㆍ일본ㆍ독일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할 때 가계저축률은 각각 7.5%, 9.5%, 13%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저축률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대로 방치하면 지금 수준의 저축률마저 장담할 수 없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데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률 하락은 주거비ㆍ사교육비 부담과 저금리 추세 등 사회ㆍ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그 대응에도 복합처방이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 빚을 내 집을 산 '하우스푸어'가 문제였는데 지금은 치솟는 전월셋값에 허덕이는 '렌트푸어'가 더 걱정이다. 과도한 주거비ㆍ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생활물가 안정이 저축 여력을 키우는 데 긴요하다. 금리인상이 어렵다면 세제 혜택으로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을 저축으로 유인해야 한다. 비정규직ㆍ시간제 알바가 아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더 창출해 가계소득을 높여줘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낮은 저축률에 드리운 민생의 그늘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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