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기업들의 쓰지 않고 쌓아둔 현금 실탄이 인수합병(M&A) 기대감을 높이면서 M&A 채권시장도 덩달아 호황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투자부적격 신용등급(정크본드) 기업들이 발행한 M&A 관련 채권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629억달러를 기록했다. 발행량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 시기인 2007년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M&A 관련 채권 발행량은 세 배 가까이 늘어난 141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에서의 발행량은 48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억달러 줄었다.
미국 미디어업체 리버티글로벌이 올해 2월 영국 2위 케이블TV업체 버진미디어를 16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27억달러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국 병원 운영업체 테넷헬스케어는 뱅가드헬스시스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46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H.J.하인즈도 지난 3월 회사채 시장에서 31억달러를 조달했다.
M&A 관련 채권은 주로 기업들이 M&A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를 말한다. M&A 채권시장의 인기는 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쌓아둔 실탄으로 M&A 작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데다 투자자들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정크본드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전체 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6%에 달한다. 최근 발표된 굵직한 기업들의 M&A 계획들은 기업들이 현금 실탄을 이용해 M&A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영국 보다폰이 보유한 합작회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지분 45%를 1300억달러에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버라이즌은 사상 최대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490억달러 M&A 관련 채권 발행에서 수요 물량이 1000억달러에 달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세계 3위 PC제조업체인 델도 M&A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형 M&A를 발표한 회사가 많아 관련 채권 발행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지난달 경쟁사인 도쿄일렉트론과 합병한다고 밝혔으며 캐나다 보험사 페어팩스파이낸셜홀딩스는 블랙베리를 4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올해 1~9월 글로벌 회사채 발행 규모는 2조32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가량 줄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크본드 발행은 395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18개월간의 경제 침체를 빠져나온 유럽에서 채권 발행이 활발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