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지난 7월 이후 주식시장 수급의 열쇳말은 '외국인 순매수와 기관 환매'다.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코스피 2050 이상에서의 환매 가능 물량은 5조~10조원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이 밸류에이션과 성장률 양면이 모두 매력적인 점,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유효한 점, 지수 레벨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차익실현성 환매 강도는 강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7월 이후 외국인이 한국시장의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환매로 추정되는 매도물량의 영향이 있었지만, 펀더멘털이 비교적 탄탄한 종목은 단기적으로 크게 상승한 경기민감 종목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환매 강도가 약해질 경우 어떤 종목군이 유리할지 생각해 봤다. 7월 이후 외국인이 한국시장의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환매에 따른 영향으로 투신의 매도가 컸으며 이로 인한 주가하락이 수반된 종목 중 올해 4분기 실적이 최근 상향조정되고 있고, 내년 실적 성장률이 충족되는 종목군이 유리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종목군은 하나투어, 오리온, 기아차, 동아에스티, 대상 등으로 외국인 수급으로 단기에 크게 상승한 경기민감 종목군의 단기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 제외 아시아 지역(Asia ex Japan) 주식형 펀드자금이 전주 3억8000만달러 순유입 되면서 소폭 유출과 유입이 반복되는 혼조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되고 있으며 자금 배분 강도 측면에서 한국의 강도가 1개월 및 3개월 기준으로 주요 국가들 중 가장 강한 상황이다.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은 전주 1조2000억원 유출되면서 기관 환매물량 출회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이머징 자금유출이 둔화양상을 보임과 동시에 선진국 주식시장 자금유입 또한 느려지면서 이머징 자금 유출 우려는 완화되는 중으로 판단한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 외국인이 37일째 순매수를 이어나가며 한국시장 연속 순매수기간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8월23일부터 10월21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2조519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10% 이상 상승했다.
연속 순매수 기록은 8월23일부터이지만 외국인이 한국시장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시점은 7월부터다. 벤치마크지수 변경에 따른 뱅가드의 매도와 미국의 출구전략 파장으로 상반기에 10조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7월 이후에는 10월21일까지 13조9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수급의 관점에서 7월 이후의 상승장을 외국인 매수가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이 기간에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된 업종이 시장을 주도했을까.
지분율 변동 기준으로 7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된 업종은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계, 자동차, 통신서비스다. 그런데 이 기간에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조선, 은행, 화학, 소프트웨어, 에너지 등으로 전체적으로 소재, 산업재 섹터가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 매수가 집중되었던 업종의 수익률은 중간 수준이다. 소재, 산업재가 강세를 보인 것은 이들 업종에 자산운용사의 매수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시장 상승은 외국인이 주도했지만 주도 업종은 자산운용사가 결정한 셈이다.
흥미롭게도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5개 업종 중에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통신서비스는 자산운용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매도한 업종이기도 하다. 이들 업종을 매도한 자금으로 자산운용사는 소재와 산업재에 집중 베팅했다.
7월 이후 외국인과 자산운용사의 매매스타일을 보면 두 투자 주체는 한국시장의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상승의 주도주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이 글로벌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글로벌 마켓에서 시장점유율과 브랜드가치를 높여가는 기업이나 업종(주로 소비재)을 선호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바닥을 기고 있는 업종(주로 소재 및 산업재)들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3분기만 놓고 본다면 포트폴리오 성과면에서 자산운용사가 승리한 싸움이다. 이 흐름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는 쉽지 않다고 본다. 자산운용사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업종들의 주가는 상당수가 낙관적인 전망을 거의 모두 반영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승부를 좌우할 뒷심, 자금력에서 차이가 있다. 외국인 매수의 기반인 글로벌 주식 펀드 플로우는 지난해 말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자산운용사의 주요 자금공급원인 가계의 개인자금은 주식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가계자금의 이탈은 주가 상승에 따른 환매 욕구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구조적인 것으로 그 근저에는 가계 현금흐름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은 소득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연기금과 사회보험, 이자비용 등 비소비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득대비 가처분소득 비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가계자금 이탈이 지속되면 특정 업종에 대한 자산운용사의 집중 매수는 머지않아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꿈이 실현되려면 외국인 역시 동일한 꿈을 꿔야 한다.
◆정인지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전일 장 중 장기 박스권 상단선에 위치한 2057선을 돌파해 장기 박스권 상단선 돌파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박스권 상단선은 쉽게 돌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단번에 박스권을 돌파하고 상승하면 다시 급락하면서 돌파된 이전 고점대에서 안착을 확인하고, 대부분의 경우 일시적으로 전고점 돌파한 후에 되밀려 지지대를 형성한 후에 점차로 박스권을 돌파하고 상승추세를 형성한다.
현재는 단기 이동평균선을 이탈하지 않는 상승 구조가 형성된 상황으로 단기 이평선 이탈 전까지는 2100 수준까지의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단기 이평선을 이탈하면 60일 이평선까지 조정이 가능하지만 기간 조정을 통해 횡보하면서 장기 이평선에 닿을 수 있으므로 조정 패턴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업종별 흐름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경기 방어 업종이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음식료 업종지수가 박스권 하단선에서 반등에 성공했고, 전기가스 업종지수도 박스권 하단선에서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 통신업종지수는 횡보 과정에서 단기 저점대를 높이면서 상승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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