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임직원의 무더기 납품 비리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뒤늦게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 가운데 임원 일괄 사표를 요구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사팀은 17일 고재호 사장의 지시로 부사장 8명과 당시 조달부문장이던 이모 전무 등 상무 이상 전체 임원 60명에게 ‘18일까지 사표를 내라’는 연락을 했다. 아울러 고 사장은 "이런 일이 생겨 미안하다.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납품비리 사건으로 인해 흉흉해진 회사 분위기를 다잡는 한편 작은 비리도 용납지 않겠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사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임원 일괄 사표 카드는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임원회의가 열린 가운데에서 이 같은 의견을 논의한 적은 있었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괄 사표가 거론될 정도로 이번 납품 비리 사건이 회사 경영진에 던진 충격은 크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울산지검 특별수사부는 지난 15일 협력사로부터 총 35억원가량의 금품을 받은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금품을 제공한 협력업체 대표 등 30명을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중 14명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으로 상무이사를 비롯해 임원급 4명, 차·부장급 6명, 대리 1명 등 대우조선 전·현직 임직원 11명이 구속 기소됐다. 임직원 12명에 대해서는 회사에 징계를 통보했다. 납품업체 임직원 6명은 구속, 10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중 일부는 협력업체에 가족여행 경비를 부담시키고 이른바 '김연아 목걸이', '황금 열쇠' 등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판은 거세졌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납품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매 담당 임직원 4명이 구속되는 등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납품업체 비리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당분간 대우조선해양은 비리 연루자들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납품비리 방지 종합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종합대책에는 협력업체와 접촉이 잦은 조달부문 등의 금융 거래를 공개하는 안과 기존에 부정행위가 한 번 적발되면 퇴사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 부문의 경우 순환 보직 기간을 1년으로 줄이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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