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의 아이콘 가전제품 회사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사진아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머리 속은 복잡하다.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아베 신조 총리 정부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초래한 엔화 약세 덕분에 지난해 흑자를 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따른 신흥국 통화 약세와 이들 통화에 대한 엔화의 강세가 회사의 매출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 제품 시장에서 신제품으로 흑자를 내겠다는 복안이지만 애플과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 삼성이 버티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무슨 컴퓨팅이 가능한 손목시계와 안경 등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고 비슷한 제품을 개발해놓았지만 아직 자신이 없다.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싶지만 기술상의 제약이 있어 아직은 기댈만한 언덕은 되지 못한다.
히라이 사장은 지난 11일 소니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의 관점에서 그(아베 총리)는 올바른 것을 말하고 있으며, 일본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있다”며 엔화 약세 정책에 지지를 보냈다.
애플과 삼성 등과 경쟁을 벌이느라 소니는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게다가 TV사업은 9년 연속으로 적자를 냈는데 아베 정부의 엔화 약세 정책 덕분에 3월 말로 끝난 회계연도에 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에서 벗어났다.
엔화는 아베 집권 전에는 달러당 80엔 수준의 강세를 보였으나 지금은 100엔 근처까지 약화됐다. 소니는 지난 8월 내년 3월 말로 끝나는 2013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보다 5.3% 증가한 7조9000억엔, 순익은 23% 늘어난 530억엔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엔화 약세를 주된 이유로 내세웠다.
히라이 사장은 또 탈착 렌즈를 장착할 수 있는 엑스페리아 Z1 스마트폰과 65인치 초 고화질 TV인 4K TV, 기존 CD에 비해 음질이 8배나 좋은 오디오 제품, 비디오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 4 등 신제품을 출시해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이며 엔화 약세가 든든한 우군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그러나 브라질 헤알과 인도 루피아와 같은 신흥시장 통화 약세는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통화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 이후 달러화에 대해 가치가 하락했지만 엔화에 대해서도 떨어졌다. 루피는 지난 6개월 사이에 14%, 헤알은 12%나 하락했다. 이들 나라에서 번 돈을 일본 국내로 송금할 경우 엔화 표시 금액이 줄어들어 매출과 순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히라이 사장은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신흥시장 사업은 점점 더 큰 부분이 되고 있다”면서 “이 곳의 환율은 균형을 상실했으며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렇지만 그는 “소니는 개혁과 비용절감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무선 컴퓨팅 능력을 갖춘 시계와 안경 제품, 접을 수 있는 스크린 등 신제품에 대한 관심도 표시했다. 삼성은 카메라와 앱, 음성인식 기능과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이메일도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 동반기기인 갤럭시 기어를 선보였고 애플은 ‘아이와치’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소니도 스마트와치를 이미 개발해놓았다.
히라이 사장은 무선 컴퓨팅 능력을 갖춘 시계와 안경 분야와 관련, “저는 그걸 부동산업에 비유한다”면서 “별장을 지을 땅이 적고 땅이 있어도 진출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체들의 시도는 점점 더 늘고 있지만 얼굴과 손목이라는 공간의 제한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이 손목기기에서 원하는 것이 뭔지 심사가 진행 중이며 시계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이 참을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같은 논의들이 전부 진행 중”이라면서 “이 때문에 그것은 흥미로운 분야이며 많은 기업들이 그것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라이사장은 또 소니는 ‘접을 수 있는 스크린’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기발광당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곡면 스크린을 탑재한 새로운 기기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는 진정으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영역에서도 얼마나 접을 수 있느냐가 과제”라면서 “소비자들은 가능한 한 작은 것을 접어서 뒷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이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가즈오 사장은 “이는 기술과 공학의 과제이지만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히라이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공략 전략과 삼성 견제 전략이 없는 탓이다. 소니는 지난 회계연도에 TV와 모바일기기 등 전자사업 부문에서 총 1300억엔의 적자를 냈는데 이 부문에서 흑자를 낼 계획이다. 특히 삼성과 LG전자의 협공으로 지난 9년간 총 80억달러의 손실을 낸 TV부문의 판매 목표를 지난해 1350만대에서 올해는 1500만대로 올렸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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