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넥스 보완책 본, CEO 말말말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출범 100일을 갓 넘긴 코넥스 시장을 놓고 정부가 활성화대책을 내놨지만 업계의 반응은 '반쪽짜리' 조치라는 표현이 점잖을 정도로 싸늘하다. 그동안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개인투자자 예탁금 완화' 규정 등이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한 코넥스 상장사 대표는 11일 "상장 당시 팔팔했는데 한 달 지나 감기에 걸렸고 3개월 만에 중환자실에 가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면서 "잊혀 가는 시장에 대한 정부 대책은 너무 안일하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전일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코넥스 시장 보완대책을 확정했다. 벤처캐피털의 코넥스 시장 진입을 쉽게 하고, 하이일드펀드도 코넥스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 투자수요를 늘린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당초 3억원으로 정한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에 대한 규제완화는 제외됐다.
◆"거래활성화 대책 알맹이 없다"= 코넥스 상장 CEO들은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자 지원만으로는 시장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상장사 대표는 "벤처캐피털은 10% 내외에 불과한 세제혜택 때문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수익률을 보고 투자한다"면서 "기업설명회(IR)를 해보면 여전히 코넥스 시장에 대해 불신하는 투자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고 전했다.
영국 AIM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코넥스 시장의 비교기준으로 삼아 거래량이 양호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는 AIM 시장의 개장초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2억원, 코스닥이 7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코넥스시장의 거래대금 4억원대는 적정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B상장사 대표는 "영국 AIM은 1995년에 개장했고 코스닥 시장은 1996년에 열었다. 그때와 지금은 자본시장 규모가 커졌고 물가도 올랐는데 정부는 자꾸 옛날 시장을 비교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인투자자 예탁금 낮춰야" = CEO들은 '거래가 없는 시장'이라는 낙인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C상장사 대표는 "거래가 안되다 보니 '죽은 시장'이란 이미지가 있다"면서 "공시규정을 강화하더라도 예탁금을 낮춰 최소한의 거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거래가 없어 투자회수(엑시트)하지 못하게 될까 하는 우려가 커 진입을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D상장사 대표도 "코넥스 후발주자로 들어온 세화피앤씨, 엔지캠생명과학 등의 거래량이 1000주 미만인 상황에서 코스닥으로 안 가고 코넥스를 굳이 거쳐 가겠다는 기업들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거래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정부가 발표한 '연내 50개 상장'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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