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APEC 정상회의서 '열린 지역주의' 강조
미국 주도 TPP참여 공식화보다 신중 접근법 구사
[발리=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우리 정부는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대한 확정적 입장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다만 TPP 참여 국가들과의 개별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참여 유보에 따른 손해를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은 APEC 역내 국가들이 '편가르기'식 이합집산을 지양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회원국이 자유무역체제 안에서 협력하는 '열린 지역주의'를 달성하자고 강조했다.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7일 오후(현지시간) 정상회담 첫 공식세션에서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APEC 회원국들이 타 지역 국가들보다 높은 성장률을 거둬왔다는 성과를 강조하며, 궁극적으로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로의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아온 TPP 참여 여부에 대해선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국 간 협상 진행 상황을 좀 더 살펴보고 국내적으로도 여론을 수렴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에 입장을 내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TPP 참여국 중 우리와 FTA 협상이 지지부진한 곳을 중심으로 개별 접촉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TPP 참여를 결정할 때 '후가입 비용' 없이 즉각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분석에서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맥락에서 7일 멕시코ㆍ페루ㆍ캐나다와 연속 정상회담을 가지며 FTA 협상 혹은 범위 확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TPP는 APEC에서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4개국이 2005년 출범시킨 협정이다. 2008년 미국이 합류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이후 미국 주도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의 참여까지 확정되며 미국의 대중국 견제 도구로 주목을 끌었다.
한편 박 대통령은 7일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ㆍ일본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 관해 논의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6월 말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후 3달여 만이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대북 정책에 관한 공조체계를 재확인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힘을 합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아울러 6월 정상회담 후 속도를 내고 있는 한중 FTA 협상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당초 우리 정부는 APEC을 계기로 한미 양자회담을 추진했지만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영향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오바마 대통령 대신 APEC에 참가한 존 케리 국무장관과 박 대통령의 만남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루어질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남도 예상되지만 공식 회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7일 APEC 공식세션에서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는 점을 감안해, 청와대 참모진은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리(인도네시아)=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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