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11장 뒤꼬인 사랑의 방정식(188)

시계아이콘01분 2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짐승들의 사생활-11장 뒤꼬인 사랑의 방정식(188)
AD


하림은 순간 혜경이 남편이었던 양태수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곱슬머리 양. 세상에 튜닝되기 싫어 반항하던 그 역시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을까.
“그렇다고 세상 일이 묵살되나요?”
그의 장광설 끝에 하림이 조심스럽게 이의를 달아보았다.
“세상의 병은 이미 깊어졌고, 그 어떤 선지자도 구세주도 더 이상 이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소.”
그는 냉소라도 치듯 말했다.

“인간이란 존재를 고귀하게 볼 필요는 없소. 인간 역시 원숭이나 다름없는 그저 생명을 가진 동물에 불과하다오. 말하자면 우리는 동물의 왕국에 사는 거요. 동물의 왕국에서는 힘 센 자 승리자는 살아남고, 힘 없는 자, 패배자는 죽게 마련이오. 얼마나 단순하고 명쾌하오? 그게 이른바 도덕의 피안이라는 거요. 생명의 세계지요. 역사에 도덕이 등장하고부터 인간은 비극적으로 되었소. 아니, 비극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겠소. 차라리 그게 없다면 얼마나 편하지 모를거요. 만일 내가 패배자라면 죽으면 되고, 승리자라면 당당히 그 승리를 즐기면 될거요. 그게 자연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니까.”
그렇담 어쩌라는 말인가? 하지만 그의 대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숲 사이로 앞에 작은 황토집 하나가 나타났다. 물어보나마나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수관선생의 거처였다.


그의 황토집 거처는 별로 크지는 않았다. 작은 마당엔 닭이 서너마리 한가롭게 모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고, 열린 방문 사이로 책이 잔뜩 쌓인 두 칸짜리 방이 보였다. 한 눈에도 무척 단출하고 깨끗하게 보였다. 무엇을 달이는지 마당엔 은은한 한약재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그런데 마당 한쪽 대추나무 아래에 누군가가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나무평상에 앉아 있다가 수관 선생과 함께 들어오는 하림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듯이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뜻밖에도 이층집 여자, 바로 남경희였다. 놀란 것은 그녀뿐이 아니라 하림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장선생님.”
“아니, 어쩐 일로....”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아는 사이였나?”
수관 선생이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하긴.... 손바닥만한 데니까. 잘 됐군. 같이 방으로 들어가서 차나 한잔 해요.”
그는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먼저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던 두 사람 역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야할 아무런 까닭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곧 그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은 잘 들어가셨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남경희가 물었다. 일부러 수관 선생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수관 선생은 무심한 듯 차탁을 끌어다 놓고 전기 포터에 물을 올렸다. 익숙한 솜씨였다.
“예.”
하림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녀를 보자 수관 선생의 장광설은 까맣게 사라지고 대신 이장 운학이 떠올랐다. 그날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이장 운학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차마 그녀에게 할 수가 없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