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하지만 공약의 포기는 아니며 (공약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국무회의 석상이라는 간접적 방식이어서 아쉽지만 사과의 뜻을 밝히고 공약 이행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은 평가할 일이다.
문제는 논란이 기초연금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년 예산안엔 4대 중증질환 보장, 반값 등록금 등 다른 복지공약 예산도 축소 반영됐다.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공약을 다 이행하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핵심은 박 대통령 말대로 '세수부족과 재정건전성의 고삐를 죄어야 하는 현실'에서 공약이행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임기 내 실현 약속에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이유다.
차제에 복지공약을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실현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은 변함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키기 어려운 상황임을 뻔히 알면서도 밀어붙이려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적자재정 상황에서 공약 실천에 필요한 막대한 추가 재정 소요를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것인가. 현실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를 통해 복지공약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한 부분은 주목된다. 그는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조세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최선을 조합을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세 수준'과 '복지 수준'을 동시에 언급함으로써 국민 합의를 전제로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냐, 또는 복지 축소냐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일각에서는 '복지공약 미이행의 출구전략'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 '사실상의 증세 논의'로 앞질러 해석하는 측도 있다. 그러나 미리 선을 그을 일은 아니다. 공약 후퇴를 둘러싼 갈등이 큰 상황에서 복지공약의 리모델링을 위한 사회적 논의는 빠를수록 좋다. 증세는 안 된다, 복지 축소는 안 된다는 등 미리 한계를 설정하지 말고 재정현실에 바탕을 둔 가능한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증세도, 공약 수정도 국민은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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