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경제는 후퇴하는 경제다. 갈 길이 먼 신흥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 경제가 그 꼴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5년째 세계 15위권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어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투자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그런 경제 현실이 있다. 가라앉은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활성화 방안의 약효다. 하지만 그 방안이 최선이냐도 따져 볼 문제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1조1295달러로 세계 15위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는 2008년 이후 5년째 세계 15위에 머물며 정체 상태다. 하지만 그 이전을 돌아보면 정체가 아니라 추락의 길을 걸었다. 2004년에 11위까지 올라갔으나 2005년 12위, 2006년 13위, 2008년 이후 15위로 계속 뒷걸음쳤다.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심각한 무력증에 빠져 있다. 저성장의 덫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나 일자리 창출, 복지의 실현도 어렵다.
기초연금 논란에서 보듯 벌써 그런 불길한 조짐이 나타난다. 정부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대도시 주변 첨단 산업단지 조성, 환경규제의 개선, 관광호텔 규제 완화 등의 투자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려 성장의 바퀴를 다시 돌리자는 뜻이다. 경제 환경의 변화에 맞춰 낡은 규제를 풀거나 이중적 규제를 단순화하는 조치는 바람직하다. 관광호텔만 해도 유해시설 문제가 없다면 학교인근에서의 설립을 불허할 이유가 없다.
활발한 기업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투자활성화는 곧 성장의 지렛대다. 그런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투자활성화 조치는 금도를 넘어선 측면이 있다. 대도시에 세우기로 한 첨단산단 6곳 중 4곳이 그린벨트다. 수십년 지켜온 그린벨트를 허물지 않으면 산업단지를 조성할 곳이 없는가. 투자 유인에 몰입해 녹지의 훼손, 도시 집중화라는 중요한 사안을 가볍게 넘기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환경 쪽도 그렇다. 공청회를 거치면 주민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간주키로 했는데, 형식적 또는 관제 공청회로 말썽을 빚은 일이 얼마나 많은가. 투자활성화나 '손톱 밑 가시뽑기'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경제 살리기와 규제완화에도 최소한의 원칙과 지켜야 할 선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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