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30일 찾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건물 안에 있는 전시장 한쪽에는 센서를 통해 노면의 상태를 주행중에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타이어, 표면에 파진 홈으로 바람을 일으켜 빗길을 주행할 때도 마치 마른 길을 다니는듯한 느낌을 주는 타이어와 같이 상상 속에서만 있을 법한 타이어들이 있다.
무한한 상상력이 연구개발(R&D)이나 기술 혁신의 원천으로 작용하듯, 아직 세상에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소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2일 개소식을 앞두고 사전에 공개된 이곳은 금호타이어의 글로벌 R&D 역량을 한데 결집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 애크론의 북미기술연구소,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기술연구소, 중국 톈진의 중국연구소와 국내 광주성능시험센터까지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주요 글로벌 타이어업체 가운데 가장 최근 꾸려진 연구소인 만큼 내부엔 첨단 설비와 시스템이 눈에 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최신형 슈퍼컴퓨터는 개발중인 제품의 모의실험 시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정확도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내다 봤다. 이번에 처음 도입한 핵자기공명설비를 통해 그간 외부기관에 의뢰했던 사물의 성분분석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유정선 금호타이어 연구기획팀장은 "물리실험실과 화학분석실험실, 특성실험실 등 각 연구분야별 성격에 맞춰 구분돼 있다"며 "기존의 광주성능시험센터와 이원화 운영을 통해 연구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중에 있는 회사가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힘든 연구개발 분야에 이같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건 타이어산업의 경쟁력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건 언제든 회복할 수 있지만 기술에서 뒤쳐지는 건 따라잡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이번 연구소를 위해 1000억원 정도를 투자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김창규 금호타이어 대표는 "생산설비는 언제든 확장할 수 있으며 연구소는 보다 먼 미래를 내다 보고 결정한 투자"라며 "완성차업체와 각종 협업을 위해 향후 3년간 추가설비를 확보해 글로벌 타이어업체와 견줄 수 있는 연구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중앙연구소 구상을 처음 드러낸 건 5년 전. 2008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데다, 2010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각각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공사는 무기한 연기됐다.한동안 움츠러들며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었지만 채권단 관리 아래 꾸준히 실적을 개선해 나가면서 이제는 각종 해외공장 투자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날 공개한 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고성능 타이어 등 기술ㆍ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과거 '기술명가'로 재도약하겠다는 게 회사 측 목표다.
회사가 중앙연구소의 부지로 용인을 낙점한 건 국내 자동차 관련 R&D의 중심지인데다 수도권에 위치해 인재확보가 용이할 것으로 내다 봤기 때문이다. 타이어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재료를 연구할 때도 유리하다.
손봉영 연구본부장(전무)은 "미국과 독일, 중국 등 해외 각지 연구인력을 현재 600여명에서 오는 2017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늘리고 매출액 대비 투자액 역시 2.65% 수준에서 3.16%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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