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내부거래 규제 총수 지분율 20~30% 사이 막판 고심
내달중 최종 발표 예정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거래 규제 지분율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을 만들면서 대상이 되는 기업을 어느 선에서 정할지가 관건이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 등을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 규정을 신설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가 부당하게 기업을 상속하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에서 규정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이는 같은 법 시행령을 통해 확정된다.
이를 두고 야권과 시민 사회단체 등에서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10% 이상인 기업은 모두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재계에서는 규제의 선을 지분율 5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기준을 20~30%선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일감몰아주기로 문제가 됐던 기업들을 규제대상에서 빠뜨리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다.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의 지분율 20%로 할 경우 해당되는 기업은 모두 199개이고, 30%를 기준으로 하면 이보다 적은 167개 기업이 대상이 된다.
32개 기업이 공정위 결정에 따라 규제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진그룹의 싸이버로지텍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27.5%이고 내부거래 비중은 83.5%, 내부거래금액은 약 49억원으로 규제 기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20%로 정할 경우 기업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가 높아지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에서는 지분율 대상 범위를 50%로 잡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공정위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대기업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가 기업 옥죄기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으로 공정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발언이다.
규제선을 50%로 높게 정하면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현대엠코나 SK그룹의 SK C&C 등의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43.39%이고, SK C&C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48.5%이다. 결과적으로 규제 대상이 되는 지분율 50%는 '말로만 경제민주화'라는 핀잔을 듣기 딱 좋은 수치인 셈이다.
규제 대상을 30%로 수준으로 정해도 같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적지 않은 기업이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가면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결국 문제가 되는 기업들을 규제 대상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20%든 30%든 정하고 나면 그 이하의 지분율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지분율을 결정하는데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음달 중 지분율에 대한 검토를 끝내고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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