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대통령들 코치 하고파"
⑩홍의숙 인코칭 대표, "권리 챙길땐 남녀평등, 굳은 일엔 여자니까…"
여성들 "대접받으려 말고 대인배 돼라" 충고하는 CEO코치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사진=백소아 기자] "잠깐 가방좀 볼까요? 풀린 실밥은 라이터로 태우면 깔끔해진답니다. 이렇게요."
홍의숙 인코칭 대표가 인터뷰 도중 갑자기 일어나 라이터를 찾더니 기자 가방을 보여달라고 한다. 순식간에 실밥이 풀린 가방 끈을 라이터로 태우더니 깔끔해졌다며 방긋 웃는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돌발상황이었다. 아침 출근길 실밥이 풀린 가방끈을 보며 AS 맡겨야겠다고 생각한 터라 더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묘한 느낌이다. 살짝 그을린 가방끈이 싫지 않았다. 늘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엄마 리더십'이 느껴졌다.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코치인 만큼 누구보다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인터뷰이(interviewee)일 것으로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 딴판이다.
"여성 후배들이 욕심을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이 완벽할 순 없으니까요. 어느 시점에선 가정과 육아에 몰두해야 하고 어느 시점에선 일에 몰두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가정과 조직을 밸런스 있게 하려면 지금 자리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욕심을 버리라'는 다소 뻔 한 조언도 그래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경력단절, 두렵지 않았던 이유
'CEO의 코치' 홍 대표의 첫 직업은 고등학교 상업교사였다. 3년간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결혼 후 육아에 집중하면서 그의 '꿈'은 자연스럽게 밀렸다.
"아이들 성격이 결정되는 만 4세까지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직접 제 손으로 키워야겠다 싶어 사회생활을 포기했죠."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서였지만 쉬운 선택일리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당시 결정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는 "처음부터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될 무렵에는 사회생활을 하겠다며 10년 후 모습을 노트에 적고 재출발을 다짐했다. 덕분에 육아도 꿈도 모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다시 사회로 나선 것은 1992년. 그의 나이 36세 때다. 취업 운도 따랐다. 지인이 시작하는 데일카네기 연구소에 창립멤버로 참여, 재취업에 애로를 겪는 다른 여성들 보다는 비교적 쉽게 새출발을 했다. 데일카네기 연구소에서 맡은 일은 기업 임원들과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이었다. 업계에 유일한 여성 전문 코칭이었던 그에겐 늘 '신뢰할 수 있는 강사'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1996년 1월 마흔살에 다시 한번 공부를 하겠다며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미국 캔자스주에 있는 오타와 대학에서 2년간 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후 2004년 인코칭을 설립, 우리만의 코칭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수하기 시작했다. 난관도 많았다. 국산 프로그램이라면 무조건 손부터 젓는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기업 또는 대표되는 기업들이 국내의 것을 무시하고 무조건 해외 컨설팅이나 교육을 받을 때 정말 화났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미국 교육 제치고 한국의 프로그램을 국내보다 3배 더 비싼 가격으로 우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무조건 외국 것을 선호하니 말입니다."
◆다음 꿈은 개도국 대통령 코치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만의 정서를 반영한 '코칭포유'란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3000여명의 기업체 CEO와 임원들의 리더십을 코칭했다. 코칭포유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인코칭도 조금씩 성장했다. 5000만원으로 창업, 초창기 3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회사는 지금 2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홍 대표는 요즘 인코칭의 10년 후 모습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코칭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을 통해 기업 규모를 100억원대로 키우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지난 6월 인코칭은 말레이시아 정부 산하기관인 첨단기술진흥원(MIGHT)에 한국 리더십 코칭 기법을 국내 최초로 수출했다. 해외 출장 일정도 빡빡하다. 당장 다음달 4일 중국 출장길에 오른다. 10월에도 말레이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을 예정이다. 최대 20개국에 '한국식 리더십'을 수출하겠다는 게 홍 대표 꿈이다.
"우리나라의 지식산업이 해외로 나가서 확실하게 인정 받고 우리의 국격이 높아지길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대통령의 코치를 꿈꾸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죠."
◆여성대통령, 여성시대? 지나친 오버
홍 대표가 '엄마 리더십'을 통해 여성성을 강조했지만 여성에 대한 비판에도 서슴없었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들이 남성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불리할 경우 남녀를 구분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이 대통령을 하고 있다고 무조건 여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여성이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버입니다. 당장 여성 인력 풀이 없는데 임원, 고위층에 여성 비율이 낮다고 비판만 해선 안되죠. 그리고 모두 잘 할 순 없습니다. 나보다 똑똑한 조직원은 인정해야죠. 무조건 앞서가는 것 보다 섬김의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냉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 성공하고 싶다면 대인배가 돼라'는 게 홍 대표의 충고다. 그는 최근 CJ그룹의 여성 리더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도 "무조건 리더, 최고가 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자리에서 사람들을 섬김는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조언했다.
예비 창업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홍 대표는 "자기자신이 얼마나 이 일을 위한 준비가 됐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자신의 능력은 물론 시장전망 등을 세세하게 점검한 후 몇년동안 올인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창업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의숙 대표는?
▲1957년 서울 출생 ▲1997년 미국 오타와 대학교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졸업 ▲2004년 인코칭 창업 ▲2009년 숭실대학원 졸업(경영학 박사) ▲2013년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현)
■인코칭은…
2004년 설린된 인코칭은 코칭전문회사다. 외국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리더십 교육을 하는 다수의 리더십 업체와 달리 심리학자와 경영학자로 구성된 자체 연구개발(R&D)센터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코칭을 하는 게 특징이다.
대표 프로그램 '코칭포유(Coaching for You)'는 조직의 CEO, 임원, 핵심 리더 뿐 아니라 매니저들로 하여금 21세기 리더십의 필수요소인 코칭스킬을 익히고 업무현장에서 코칭 어프로치를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세일즈 매니저 코칭, 임원ㆍ그룹 코칭, 코칭 심화 과정으로 구성됐으며 최근 사업주 훈련 및 근로자 고용보험 환급과정으로 인증받았다.
지난 10년간 공기업 등 정부기관은 물론 국내 유수 대ㆍ중소기업까지 인코칭 프로그램으로 조직 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왔다. 올들어서는 말레이시아에 코칭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등 해외 수출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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