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올해 하반기부터 통계청 무기 계약직 조사원 약 800명을 대상으로 호봉제가 도입된다. 무기 계약직 전체 직원에 대해 호봉제를 적용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오랫동안 현장에서 조사업무를 해 왔던 무기직 조사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하반기부터 호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통계청 무기직 조사원들의 경우 하루 평균 100㎞를 이동하고 8시간 일하면서 한 달에 받는 임금은 120만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연차에 관계없이 일당 개념으로 임금을 제공받아 1~10년차의 임금이 동일했다. 이번 호봉제 도입으로 무기직 조사원들의 처우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계청의 현장조사인력은 8월 현재 약 2100명이다. 이 중 무기직 조사원은 800여명에 이른다.
통계청이 호봉제 도입을 확정하면서 다른 부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계청의 호봉제 도입에 따른 예산은 자체 예산 절감으로 마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고통 분담'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은 지난해 무기직 조사원들의 호봉제 도입을 위해 15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예산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비정규직 문제는 박근혜정부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문제까지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해법에 이르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책이 많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일선 시ㆍ도교육청의 비정규직은 현재 14만명에 이른다. 내년까지 이들 중 11만명이 무기직으로 전환된다. 무기직으로 전환되면 신분이 보장된다. 그러나 그에 따른 처우개선은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처우개선은 예산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호봉제 도입은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오랫동안 근무한 무기직들에게는 장기근무 가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안전행정부는 공무원 직제를 개편하면서 전문계약직 공무원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바꾼다고 입법 예고했다. 5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전문계약직 공무원들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이들이 받는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임기'가 지나면 재계약을 하는 것도, 지금과 달라지는 처우개선도 포함되지 않았다. 전국 전문계약직 공무원들은 현재 직제개편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함께 무엇보다 단체장과 기관장의 의지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의 이번 호봉제 도입이 전 부처로 확산될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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