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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들은 백수, 아버지는 노년 취업

시계아이콘00분 58초 소요

60대 아버지 세대의 취업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20대 아들 세대의 취업자 수를 넘어섰다.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 남성의 삶'이란 통계 자료의 내용이다. 노년층 일자리가 늘어난 것을 반겨야 할까. 아니면 아버지 세대가 젊은이의 일자리까지 빼앗는 현실을 드러낸 것일까. 그보다는 '취업전선으로 내몰리는 노년층'과 '갈수록 늘어나는 청년 백수'라는 고용 현장에 드리운 두개의 짙은 그늘을 상징하는 모습이어서 가슴이 아프다.


지난해 서울지역의 60대 남성 취업자 수는 31만3000명으로 20대 후반(25~29세) 남성 28만9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2000년만 해도 60대 취업자는 16만7000명으로 20대 후반의 44만7000명에 비하면 37%에 불과했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대는 2000년 16.3%에서 2012년에 10.2%로 줄어든 반면 60세는 같은 기간 6.1%에서 11.0%로 증가했다. 50대는 이미 2006년에 20대의 취업률을 추월했다.

20대와 60대의 취업률이 뒤집힌 배경은 복합적이다. 청년 취업률의 감소는 젊은이들이 찾는 쓸 만한 일자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젊은이들은 스펙을 쌓으면서 학업기간을 늘렸다. 그 결과 30세를 넘어서야 겨우 취업을 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청년 고용시장에 형성된 악순환의 고리다.


5060세대의 취업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젊은 층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노후가 막연한 은퇴세대가 임금과 직종을 불문하고 일단 일자리를 구하려는 현상이 반영된 결과다. 20대의 취업이 전문직 및 사무직에 절반 넘게 몰려 있는 반면 60대는 전문직, 기계조작ㆍ조립직, 기능직, 사무직, 단순노무직 등으로 고루 나뉘어 있는 것이 그 근거다. 정년연장 논란 등에서 제기되는 '아버지 세대가 자식들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이번 통계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이는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로 상징되는 인구구조 변화와 '고용 없는 성장'이 불러온 현상이다. 번듯한 청년 일자리의 창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은 은퇴세대의 좋은 일자리 마련도 이에 못지않다. 정부는 실업률 세계 최저를 내세울 게 아니라 통계 속에 드리운 고용 현실의 그늘을 먼저 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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