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금준 기자]'엉덩이를 흔들다'는 말에서 시작한 '힙합'.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시작된 힙합은 어느덧 세계 음악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씨앗은 한국에도 퍼져 세계로 퍼져나가는 한류의 새로운 원동력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문화는 서로 주고받으면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는다. 힙합도 마찬가지였다. '흑인의 자유'를 대변했던 힙합은 한국 특유 '한'의 정서와 어우러지며 한반도에 정착했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신명을 얹어 즐기는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힙합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콘텐츠로 자리 잡은 '아이돌' 문화와 어우러져 새로운 변신을 시작했다. 화려한 비주얼과 칼군무로 대변되던 아이돌은 힙합의 자유와 결합해 'K-힙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K-힙합에 무서운 신인이 등장했다. 바로 가요계의 힙합 전사를 꿈꾸는 방탄소년단이 그 주인공이다. '힙합 소년'다운 풋풋함은 물론 '날 것'의 터프함도 갖춘 랩몬스터,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 이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싱글 '2 COOL 4 SKOOL'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등 범상치 않은 실력을 뽐냈다. "힙합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진솔한 음악"이라는 방탄소년단의 말처럼, 이들은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를 랩으로 써 내려갔다.
앨범과 동명의 인트로로 시작하는 '2 COOL 4 SKOOL'에는 타이틀 '노 모어 드림'을 비롯해 'We Are Bulletproof Pt.2'와 'Circle Room Talk', '좋아요', 그리고 아웃트로 'Circle Room Cypher' 등이 총 27분 동안 알차게 담겨있다.
타이틀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은 90년대를 풍미한 사운드를 2013년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힙합 넘버. 묘한 긴장감을 도입부와 멤버들의 개성 강한 래핑이 인상적이다. 또한 '꿈'을 묻는 직설적인 가사는 10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는 평가다.
"LA 갱스터랩에서 모티브를 따온 노래가 바로 '노 모어 드림'이에요.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오프닝 비트에 방탄소년단의 랩을 얹었죠. 예나 지금이나 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학생들의 고민을 표현한 곡입니다."(슈가)
특히 방탄소년단은 세련된 안무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명 '매트릭스 댄스'라는 애칭이 붙은 4단 날아차기 퍼포먼스에서는 멤버들의 빼어난 호흡과 감상할 수 있다.
폭발적인 댄스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의 라이브에서는 허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90년대를 휩쓴 갱스터랩을 2013년 감성으로 재해석한 터프한 래핑, 그리고 이물감 없이 귀에 착착 감기는 보컬은 방탄소년단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길고 긴 연습생 시절 쌓은 내공을 모조리 녹여냈어요. 그동안 흘렸던 피와 땀이 담긴 노래인 만큼 정말 남다른 의미를 가진 곡입니다. 벌써부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에요."(정국)
하지만 이들을 두고 '정통 힙합씬'의 평가는 냉정했다. 수많은 아이돌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이제 막 기지개를 켠 방탄소년단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힙합 아이돌'이라는 것 때문에 삐딱하게 보시는 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나름대로 힙합씬의 반응을 모니터링 했는데 역시 좋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그것도 저희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아이돌과 힙합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랩몬스터)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앨범 외에도 데뷔 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힙합씬과 소통해 왔다. 프리스타일 랩, 자작곡, 기존 곡 위에 랩을 얹어 새롭게 편곡한 믹스테이프, 작업 일지 등, 방탄소년단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알리고 있다.
"편견을 이기는 건 역시 음악성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음악을 계속 해 나간다면 힙합 팬 여러분들도 인정해 줄 거라 믿습니다."(슈가)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다. 매도 먼저 맞으면 낫다는 말처럼 이들은 주위의 채찍질을 영양분 삼아 매 순간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희망'을 이야기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메이저씬의 음악과 언더씬의 가교가 되는 거예요. 힙합이라는 이름 아래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는데 방탄소년단이 일조하는 거죠. 물론 그 목표를 위해서 쉼 없이 달려가겠습니다!"(랩몬스터)
이금준 기자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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