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 "개성공단 해결돼야 이산 상봉도"
[개성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전방위적 대화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국면 전환이 이뤄지려면 이들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전망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1일 북한이 전날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별도로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의를 제안한 데 대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관한 논의가 진척이 되는 데 따라 이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북한정책포럼 조찬 강연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놓고 당국 간 회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먼저 진전이 있는 게 좋지 않겠느냐. 그러면 어쩌면 금강산도 자연스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북측에) 답을 보냈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일 북한이 제안한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은 거부하고 이산가족 상봉 회담만 수용했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모색하기 위한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북은 10일 개성공단에서 2차 실무회담을 열었지만 공단 재가동 조건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합의문 없이 회의를 마쳤다.
우리측 회담 수석대표인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북측은 설비 점검이 끝나는 대로 개성공단을 정상화하자는 입장을 표명했고 우리측은 가동 중단 사태 재발 방지와 관련해 충분한, 확실한 보장이 없다면 공단이 재가동된다고 해도 다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이에 대해선 15일 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첫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지만 이어진 4차례의 접촉에서 전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는 재발방지 등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남북 간 신뢰를 하나씩 쌓아 나가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이에 북한이 어떤 수준으로 호응해올 지가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북한의 잇단 대화 제의는 국제적 고립, 경제난 등을 탈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남북 관계 개선이 없이는 6자회담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고질적인 경제난의 해소와 외자 유치를 통해 조성하려는 경제개발구의 성공을 위해서도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필요하다는 풀이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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