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최근 일고 있는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과잉 논란과 관련해 "국익을 위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여야가 논의하는 경제민주화 방안 중 기업을 옥죄는 강도가 높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말이어서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정부입법은 의원입법과 차이가 있다"고 전제한 뒤 "(법을 만들 때)정부는 예산, 수혜효과와 함께 다른 법률과 충돌 등 굉장히 많은 논의를 거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안과 관련해 국회를) 더 설득하든지 수용해야 하고 민의의 대표가 심의하는 곳이기 때문에 국회가 결정하는 것은 따라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도저히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과잉입법을 경고한 데 이어 나온 발언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을 만나 과도한 경제 민주화 법안 추진이 기업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현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회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은 정부의 생각과는 다르다"며 "지나치게 기업 활동을 위축하는 내용이 없지 않아 정부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정부의 '경제민주화 4인방'이 과도한 경제민주화 입법에 분명한 반대를 하고 나선 다음날 청와대가 직접 '거부권'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국회를 입체적으로 압박하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갑을관계법 ▲공정거래법상 집단소송제도와 3배 손해배상제 등 기업 규제와 관련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일부는 지나친 입법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받는 경우가 많다며 국회입법 과정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거부권을 실제 행사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일종의 압박용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거부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에서도 경실모 등 경제민주화에 적극적인 세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발언은 일종의 사전 경고식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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