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버스 안이/절집처럼 조용합니다//초등학교 애송이는/게임에 빠져있고//미니스커트 숙녀는 누구와/열심히 문자를 주고받습니다//40대 아줌마는 연속극에/몰두해 있고//50대 아저씨도 SNS를 타는지/손가락이 분주합니다//바랑을 멘 젊은 스님도/무슨 구도의 길을 검색하는지 무념무상,//나도 스마트한 놈 하나 구해/부려볼까 하다가도//그놈에게 코 꿰이면 어떡하나 싶어/그만 두기로 합니다.
■ 이제 이런 풍경이 워낙 익숙해져서, 우습지도 않고 얄궂지도 않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연극의 한 장면 같습니다. 몸은 서로 같은 곳에 있지만,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지만, 마음은 모두 저마다의 신세계에 들어앉아 있습니다. 그쪽으로 네트워크를 펼치는 동안, 함께하고 있는 육신의 세계는 절간처럼 서로에게 바윗덩이가 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아무것도 아닐 때, 이웃이 이웃에게 그저 걸리적거리는 존재이기만 할 때, 군중들이 모두 이렇게 무엇인가 온전히 넋 나가 있을 때, 이거 과연 천국인지, 삭막한 풍경인지 아리송합니다. 우리가 온라인에 대비하여 오프라인이라고 쓰는, '끈 떨어진' 관계들이 뿜어내던 살뜰한 온기와 사람 사는 맛을 다 버리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요. 피부 소통, 혹은 대면(對面) 관계에 서툴러진 인류에게, 인간 관계 전체가 서서히 뒤바뀌고 있는 것이 아닐지요. 이러다가 지치면 다시, 서로를 보듬고 부비는 그런 쪽으로 돌아올까요. 아마도 수천 년 뒤 인류를 복원하는 어떤 문명학자가, 이상한 네모 조각을 모두들 하나씩 들고 저마다 몰입해 있는 광경을 만났을 때, 그 분위기를 온전히 해석해 낼 수 있을지요.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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