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건 과정에서 '미시USA(MissyUSA.com)' 가 단연 주목을 받았다.
이미 알려진 대로 미시USA는 미주 지역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특히 주부라면 한번쯤 이 사이트를 통해 교육 정보를 얻거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을 거다.
그렇듯 평범한 생활정보 사이트가 한국과 미국(동포사회) 에서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일(현지시간) 이른 아침부터다. 한 회원이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것이다. 이후 사태는 알려진 대로 걷잡을 수 없게 진행됐다.
그런데 주말을 지나서도 이 사건의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 윤 전대변인에 대한 공식 경질하고, 2 차례의 사과도 나왔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궁금증과 혼란이 커지는 것에 비례해서 미시USA에선 추가 의혹과 제보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성추행을 당한 인턴이 울고 있는 모습을 문화원 여직원이 발견하고 사건 정황을 최초 인지했으며.....관련 내용을 담당 서기관과 문화원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두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화가 난 여직원이 피해여성 인턴과 함께 경찰에 신고했다"는 내용도 올라왔다. 대사관과 문화원측은 이에대해 묵살 주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은 시인했다.
음주운전이 엄격히 제한돼있는 워싱턴 DC에서 임시로 고용된 운전기사가 술자리에 내내 동석했다는 윤대변인의 주장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도 나왔다. 피해 여성과 술을 마셨다는 바가 결코 '허름한' 장소가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 이 역시 청와대나 대사관 등을 통해 뒤늦게 확인된 내용들이다.
이번 윤창중 성의혹 사건의 전개가 대체로 이렇다. 네티즌이나, 현지 동포들 사이에 서 의혹이나 제보가 터져나오면 정부기관에서 이에대해 마지못해 시인해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몰라서가 아니다. 이 사안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와 증언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청와대와 주미 대사관측이다. 그런데도 늘 뒷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입만 벙긋하면 말하고 있는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누가 될까봐'서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경찰 조사를 피해 8일 낮에 비행기를 타고 도망치듯 귀국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입소문이 퍼져서 더 버틸 수 없게 된 다음날 오후가 되서야 경질사실을 발표했다. 1차 조사를 한 주미 대사관도 마찬가지다. 사건이 알려진 뒤 직원들에 대한 입단속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네티즌들이 직접 나서고 있고 의혹은 꼬리를 물고 커져만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에선 과열된 '카더라식' 폭로로 인한 혼선과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사건의 전말은 그리 복잡한 내용도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처음부터 명쾌하게 밝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진상을 감추고 사건을 축소하려한 인상이 더 짙다. 첫 단추가 잘못 꿰었으니 사후 일처리도 꼬여버렸다.
이런 폐쇄적인 태도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고, 대통령의 방미 성과는 오히려 빛을 더 바래게됐다. 소탐 대실이다. 이제라도 국민이 원하는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를 가리는 임무를 미시USA에 넘기지 말고, 청와대가 맡고 나서야한다. 소통과 신뢰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던가.
김근철 기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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