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청와대가 홍보수석의 사과문 발표 후 이틀만에 비서실장 명의로 재차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비난의 화살이 윤창중 개인에서 청와대로, 이어 대통령으로 향하는 흐름을 차단해 보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안이 윤창중과 이남기 홍보수석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등 진흙탕 싸움이 되며 대통령의 인사 실패에 대한 비난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남기 수석의 이틀전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하고 비서실장도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사안을 윤 전 대변인의 개인 문제로 되돌리려는 의도가 읽힌다. 전날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은 떳떳한데 청와대가 귀국을 종용해 일이 이렇게 됐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에 대한 반박 성격도 있어 보인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12일 오후 2시 춘추관에서 미국 순방 중 불거진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비서실장 명의의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실장은 "대통령 순방 기간 중 청와대 소속 직원의 민망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국민 여러분께서 심히 마음 상하신 점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무조건 잘못된 일로서,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본인과 가족 친지들 그리고 해외 동포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허 실장은 "이번 일은 법을 떠나서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대통령 해외순방이라는 막중한 공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로서는 더더욱 처신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책임자 처벌 문제에 있어서 허 실장은 "이미 당사자(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이 있었습니다만, 추후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숨기지도 감싸지도 지체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또 "(이남기)홍보수석은 귀국 당일(10일 저녁) 저에게 소속 직원의 불미한 일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저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책임질 일이 있다면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 직원 모두는 거듭 남다른 각오로 더욱 심기일전할 것"이라며 "모든 비서실 공직자가 다시 한 번 복무기강을 확실히 세우는 귀중한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대국민 사과문 발표 브리핑 현장에는 허 실장을 포함해 이정현 정무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등 수석비서관들이 모두 동석했지만 사의를 표한 이남기 홍보수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허 실장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따로 만나 이 수석의 사의 표명과 관련 "인사권자(박근혜 대통령)가 (수리여부를)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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