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GM 등 미국 대표 기업의 대표들과 만나 한국에 투자를 확대를 요청했다. 특히 한국 시장 철수를 시사했던 GM 회장은 박 대통령의 확인 요청에 "두 가지 조건이 해결된다면 예정대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해 여지를 남겼다.
박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한인경제인 오찬에 참가해 한국 경제의 안정성과 유망함을 홍보하며 미국 기업인들의 투자확대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댄 애커슨 GM 회장에게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오신 것 보니 철수가 아니라 투자를 확대하러 오신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애커슨 회장은 "두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한국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we will not abandon Korea)"라고 답하면서 엔저와 통상임금문제를 거론했다.
한국에서 1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GM은 국내 기업만큼이나 엔저의 피해가 심각한 기업이다. 또 국내 노동계의 기소로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까지 포함시키는 방안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문제라고 애커슨 회장은 지적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사안이 노동계의 주장대로 굳어질 경우 산업계는 38조원 정도의 추가부담을 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대통령은 "(두 문제는)GM 혼자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고, 애커슨 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이 저희 수출기지로 활발하게 활용되는 데 도움이 될 수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은 힘들었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GM 회장이 투자계획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월 GM은 한국에 향후 5년간 80억 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지역 디자인센터를 설립하는 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GM 측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문제로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고, 이는 북한 리스크가 국제 금융시장으로까지 번지는 도화선이 됐다. 때문에 GM 측의 이번 투자 재확인은 한국 경제에서 북한 리스크를 제거하는 중요한 결정이며, 이번 박 대통령과 미 경제인 만남의 최대 성과란 게 조 수석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두 문제를 조건으로 걸었음에도 이를 투자 재확인이라 볼 수 있냐는 질문에 조 수석은 "맥락 상 그렇다"고 답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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