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코웨이 이어 건축자재기업 KCC도 'W리더십' 바람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아 중견기업들의 여성임원 선임이 줄을 잇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구매력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부서에 여성임원을 배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9일 업계에 따르면 주방용품 전문기업 락앤락은 지난 달 류미순 상품개발부 부장을 이사로 승진시켰다. 이경숙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에 이어 '2호 여성임원'이다. 1964년생인 류 이사는 이랜드ㆍGS홈쇼핑을 거쳐 개인사업을 하다 지난해 입사했으며, 락앤락에서는 최초로 '에코피아'라는 자체 침구 브랜드를 만들어 베트남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 등 추진력을 인정받아 임원에 선임됐다.
락앤락은 제품 특성상 주요 고객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상품기획ㆍ개발 부문에는 여성임원이 없었지만 이번 선임을 계기로 여성 고객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락앤락 관계자는 "류 이사는 가구,침구,수예용품 등 인테리어 부문과 유아용품 등을 도맡게 될 것"이라며 "제품의 메인 타겟인 주부들의 마음을 여성 임원들이 더 잘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건축자재 전문기업 KCC도 지난 2월 정화인 상품구매담당 이사를 신규 선임하며 KCC 최초 여성 임원을 탄생시켰다. 1965년생으로 덕성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KCC에 입사한 그는 남성들 못지않은 활발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임원에 선임됐다. 현재 KCC의 미등기임원은 정 이사를 포함 총 88명이다. 특히 외부영입이 아닌 내부 승진으로 임원에 선임돼 한층 뜻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건축자재 업계에서 여성이 인정받은 흔치않은 사례라는 것. 정 이사는 KCC의 인테리어 브랜드 '홈씨씨'에서 유통 중인 아웃소싱 인테리어 제품을 전담하고 있다.
코웨이도 최근 화장품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P&Gㆍ제일모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1966년생 황진선 전무를 영입하며 '여성임원' 시대를 열었다.
외국계 업체들 중에서는 이미 여성 임원 비율이 10%를 넘어선 곳도 많다. 유한킴벌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업체들보다 10년 이상 앞선 지난 2000년에 처음으로 여성임원을 선임한 유한킴벌리는 현재 32명의 임원 중 6명(18%)이 여성 임원이다. 여성이 주 고객인 생활용품 회사인 만큼 여성임원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
ADT캡스의 경우는 생활용품 기업이 아닌 남성 중심의 보안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 비율이 높다. 전략적으로 여성 리더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임원과 본사 팀장 중 여성 임원 비중이 각각 15%에 달하며 영업을 책임지는 총 8개의 지역본부 중 3곳에 여성 영업지원팀장이 근무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여성은 섬세함과 포용, 배려와 같은 부분에서 남성들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며 "미래의 회사 경쟁력과 사회발전을 위해 기업들이 여성리더를 육성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