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서 밝혀.. 지구촌 평화 기여 등 한미동맹 3대 비전도 제시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미동맹 3대 비전을 제시하고 비무장지대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미동맹 60년을 평가하고 두 나라 관계가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애초 한국어로 연설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인에게 정확한 취지를 전달하려면 영어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영어로 연설했다.
◆"한국과 미국이 만들어갈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자"
박 대통령은 동맹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만들어갈 3대 비전과 목표를 이날 연설에서 제시했다.
첫 비전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자신이 주창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방법론으로 밝히며 "북한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련 없이 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북한 간 점진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축적해 감으로써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DMZ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비무장지대가 돼야 한다"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 그곳에서 평화와 신뢰가 자라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 평화 '아시아패러독스' 관리 여하에 따라 결정"
한미동맹의 두 번째 비전으로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 협력 체제 구축'을 제시하며, 이를 위한 일본의 올바른 역사의식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에 눈을 감는 자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것은 오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동북아 국가들이 서로 경제적으로는 크게 의존하면서도 정치·안보 갈등을 겪는 '아시아 패러독스'를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이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테러대응 등 연성 이슈부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다른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가는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라며 "여기에는 북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에서 새로운 협력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한미 양국이 함께 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며 미국의 동참도 호소했다.
◆"지구촌 평화 향한 우정의 합창 멈추지 않을 것"
한미동맹의 세 번째 비전은 두 나라의 관계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은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오랫동안 한미동맹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데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다"며 "한미 양국이 자유, 인권, 법치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하고 빈곤 퇴치, 기후변화, 환경 등 글로벌 이슈에 공동대처하는 데 있어서도 계속해서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미래는 삶을 더 풍요롭게, 지구를 더 안전하게, 인류를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며 "한미 양국과 지구촌의 자유와 평화, 미래와 희망을 향한 우정의 합창은 지난 60년간 쉼 없이 울려 퍼졌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합동회의 연설.."가까운 친구에게만 제공하는 영예"
이번 박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미 의회가 외국 정상에게 제공하는 '최고 예우'다. 특히 이번 방미가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실무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연설 기회를 준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실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제공되는 영예"라며 "한·미 동맹 60년 간 한국의 탁월한 발전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방미 일정 중 박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인 행사인 이번 연설은 약 30분 동안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만찬 후 숙소로 돌아와 연설 연습에 열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정상이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사례는 이승만(1954년)·노태우(1989년)·김영삼(1995년)·김대중(1998년)·이명박(2011년)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여섯번째다. 특히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 연설 후 1년 6개월 만에 같은 나라 정상에게 연속해 연설을 부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워싱턴=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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