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사업 중국에 집중" 채권단 부정적 기류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STX그룹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앞둔 가운데 중국 내 사업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STX와 채권단은 STX조선해양 해외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 내 조선소 STX대련을 매각하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지난 몇년간 그룹 내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설비분야를 중국에 집중했던 만큼 채권단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8일 관련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STX는 STX대련을 매각하기 위해 현지 시당국을 비롯해 중국선박중공그룹 등 일부 조선업체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달 초 실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지분매각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STX대련은 STX그룹이 지분전량을 갖고 있는 조선소로 한국ㆍ유럽지역 조선소와 함께 그룹의 3대 생산기지다.
강덕수 STX 회장은 최근 채권단 측에 국내 조선소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처분할 수 있다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팬오션 등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해외 조선소를 모두 매각하려는 와중에 지주사인 ㈜STX를 비롯해 STX조선해양ㆍSTX중공업ㆍSTX엔진 등 조선산업 관련 계열사에 대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업계는 물론 채권단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STX대련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순 있다고 하더라도 STX가 국내 조선소만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논리다. 조선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일반상선 위주의 포트폴리오로는 중국 내 수많은 조선업체에 밀려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와 관련해 "재무적인 분야는 물론 중국 조선소와 어떤 식으로 사업을 교류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며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실사를 마쳐봐야 알겠지만 단순히 매각으로 결론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부진하고 중국 조선소가 낮은 가격을 앞세워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가 일감을 유지하는 건 해양플랜트 등 고가설비 주문을 많이 확보한 덕분"이라며 "STX는 중국에 조선소를 확보한 후 야드 규모 등을 이유로 국내보다는 중국에 해양플랜트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STX대련은 안벽길이만 5㎞에 달하는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플랜트 생산시설을 갖췄다. 현지 은행을 통해 차입한 금액 등 지금껏 투자한 금액만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락슨 최근 조사에 따르면 단일 조선소 기준 세계에서 8번째, 중국 현지에서 2번째로 많은 수주잔량을 기록하고 있다.
당장 올해에도 270억여원을 들여 크레인을 설치하기로 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였지만 현재는 지분 상당수가 현지 시당국에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STX대련은 물론 국내 조선소에서도 해양플랜트 설비를 꾸준히 건조해 왔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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