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세 번째 여성 이사를 선출했다. 여성 투자자 메릴 위트머가 13인 이사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는 버핏이 미 경제 격주간지 포천 기고문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 지지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미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여성과 소수집단 배려에서 버크셔가 꼴찌라며 버핏의 '언행불일치'를 최근 꼬집었다.
버핏은 포천 기고문에서 "미국의 미래를 무조건 낙관한다"며 "미국이 잘 해 나아가리라 믿는 가장 큰 근거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성 동지들이여, 여성과 한 배를 타라"면서 여성 사회 진출의 걸림돌로 여성 스스로의 한계를 꼽았다.
버핏은 자기 누이들과 워싱턴포스트 최고경영자(CEO)였던 고(故)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1917~2001)를 예로 들었다. 여성 스스로 남성에게 열등감을 갖는 등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는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킨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저서 '뛰어들어라(Lean In)'와 비슷한 논조다.
그러나 버핏의 '여성 한계론'에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투자관리업체 캘버트 인베스트먼츠가 지난 3월 S&P 500 기업들의 여성 및 소수집단 배려 실태에 대해 조사해 순위를 매긴 결과 꼴찌는 버크셔로 드러났다. 버핏과 샌드버그의 주장과 달리 여성의 사회 진출이 여성 스스로의 한계 때문에 더딘 게 아니라는 뜻이다.
비즈니스위크는 "버핏이 나름대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주변의 존경과 부까지 얻었지만 왜곡된 여성 한계론으로 남성 중심의 이사회 흔들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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