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한국상품전 가보니..円低ㆍ反韓ㆍ北..三災 뚫은 동경한국상품전 힘은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국제품이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최근 엔저현상으로) 가격이 부담돼 고민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처음보는 상품인 만큼 눈여겨 보고 있다."
17일 일본 도쿄국제포럼에서 열린 동경한국상품전. 해외에서 각종 생활용품을 수입해 통신판매업을 하는 미키오 나카가와씨는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중소기업 아지스토리의 부스를 찾아 제품 설명을 들었다. 이 업체가 개발한 애완동물 배변훈련기가 기존에 볼 수 없던 제품인 만큼 일본에서도 충분히 팔릴 만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최근 급격히 떨어진 엔화가치로 더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
올해로 12년째,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를 제외하곤 해마다 행사규모가 커졌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환율정책에다 북한 리스크로 인해 불안한 한반도 정세, 지난해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반한감정까지. 일본 시장을 겨냥한 한국 기업에게 까다로운 요인들이 한꺼번에 겹쳤다.
이상우 코리아월드트레이딩 사장은 "북한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기업과 계속 거래를 해도 되는지 묻는 바이어, 반한감정으로 거래를 끊은 바이어들이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행사를 준비한 한국무역협회는 이 같은 현지 분위기를 고려해 전시회 참가업체를 선정하는 데 더욱 공을 들였다. 기존 수출실적과 현지화 가능성을 따져 참가업체 104곳을 정한 후 행사 전 각 업체에 관심이 있는 바이어 1100여명을 미리 연결했다. 짧은 전시회 기간에 높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이틀간의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3000건 이상 상담이 진행돼 4000만달러 이상 계약이 성사됐다고 무역협회는 설명했다. 지난해 실적에 비해 소폭 줄긴했지만 각종 악재가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스마트폰 방수케이스를 만드는 디카팩의 전영수 대표는 "전시회 참가 전 일본 내 대형마트나 위락시설 같은 곳에 납품하는 바이어를 찾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실제 그런 바이어들이 방문해 계약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닉스의 김영기 대표는 "바이어 20여명을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현장에서 반응이 좋아 100건 이상 수출상담을 했다"면서 "전시회가 끝난 후에도 따로 세미나를 열고 하루 더 머물면서 현지 바이어들과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빠진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이 보여주는 특성 때문에 거래를 쉽게 끊지 못한다는 바이어도 있었다. 자신이 구상한 방범조명을 양산해줄 업체를 찾기 위해 전시회를 찾은 케이이치 요시다씨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제품생산기간이 일본기업에 비해 매우 짧고 창의적인 발상을 적용한다"며 "환율문제로 힘든 부분은 있지만 일본 기업이 만들 수 없는 걸 하는 까닭에 앞으로도 거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회와 상담회를 겸한 이번 행사로 첫 수출을 눈 앞에 둔 업체도 있었다. 정수기 부품업체 부상정공의 최상필 대표는 "처음 완제품을 개발한 후 경쟁이 치열한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면서 "이미 수출계약을 2건 맺었고 현지 대형업체도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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