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세수(稅收)를 크게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세수 실적에 따라 직원들을 평가하겠다는 국세청의 발상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조세전문 교수가 국세청의 '2013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살펴본 후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국세청은 최근 밝힌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에서 "국세공무원의 성과평가(BSC) 체계를 세수 기여도 위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무 능력, 역량, 성과 등 모든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평가하던 인사 시스템을 앞으로는 세수 추징 실적 위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법인이든 개인이든 납세자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는 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그렇지 못한 직원에게는 낮은 점수를 줘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박근혜정부 복지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매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고, 이 재원 마련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국세청 입장에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한 푼의 세금이 아쉬운 국세청 입장에선 십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국세청이 지난 2007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납세자에게 세금을 잘못 부과해 과세전적부심사, 심사청구, 행정소송 등 조세불복 제도로 취소된 세금이 무려 9조4300억원에 이른다. 한 해 평균 2조원에 육박하는 세금이 납세자들에게 잘못 추징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직원 숫자가 2만명이 넘는 국세청은 승진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세수 위주로 직원들을 평가하겠다는 국세청의 방안이 '일단 추징하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추징'으로 이어져 조세불복 관련 송사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조세 저항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에서 언급한 조세전문 교수는 "납세자들에 잘못 부과돼 취소되는 세금이 한 해 2조원을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세청의 이번 방안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조세불복 관련 소송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자칫 조세 저항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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