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40여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빌라 재건축 사업에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물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 대표 부촌인 청담동에 위치한데다 주변에 비슷한 여건의 빌라 재건축 단지가 많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1일 서울시와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주 진행된 청담동 청담진흥빌라1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현대엠코, 코오롱건설 등 10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사업 불확실성으로 지난 3월 시공사 입찰에서 한 차례 유찰된 바 있으나 앞선 1차 현장설명회에도 이들 기업을 비롯, 15개 건설사가 참여하는 등 이상 열기를 보였다.
통상 500가구 이상의 사업에 관심을 가지며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소형 단지에 몰린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체들은 일단 사업지가 강남구 '청담동'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영동대교와 청담대교가 바로 인접한 데다 7호선 청담역과 환승역인 강남구청역도 도보로 이동 가능한 요지다. 최근 청담동이 신흥 부촌으로 부각되고 있어 건설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유용할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한강변을 끼고 있는 강남권 알짜부지를 먼저 선점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포석도 한몫하고 있다. 청담동 한 가운데 자리잡은 청담근린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에 위치한 소규모 빌라나 아파트 단지만 20여개가 넘는다. 이중 현대1차와 진흥아파트 등은 1980년대 중반에 지어져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요구가 나오며 후속 일감을 예고하고 있다. 순차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미 들어선 브랜드 타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업성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현재 조합에서 논의 중인 개발계획으로는 164~210㎡ 5개동 규모의 총 44가구를 7~8개동 330㎡(100평) 100~120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주변 시세를 감안할 때 일반 분양가는 한 채당 40억원 안팎에 내놓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할 때 분양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렇다고 100평짜리 빌라로 재건축하는 방법도 쉽지 않다. 현재 진흥빌라에 나와있는 매매나 전세매물은 거의 없는 상황으로 가장 작은 면적인 164㎡대가 3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면적대가 재건축 후 100평으로 넓어질 경우 분양가는 40억~50억원 이상으로 뛰며 분양에 부담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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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 12층짜리 아파트로 짓는 계획안도 내놨지만 이 경우 소형평형을 의무적으로 넣어야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과의 계약 조건 등 구체적인 사업개요가 부족해 아직 검토 단계에 있지만 이번 재건축 사업을 통해 청담동에 브랜드 타운을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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