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서울 강남 일대에서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무차별 불법투약한 의료인등이 무더기 사법처리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성진)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의 혐의로 서울 강남 소재 병원장 문모(35)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마찬가지 혐의로 박모(48)씨 등 의사 2명, 간호조무사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 기소된 병원장들은 2011년부터 올해 초 사이 정상 시술을 빙자해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상대로 각 205~360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무늬만 원장인 의사를 앉혀두고 중독자들을 상대로 프로포폴 투약을 위한 병원을 운영한 혐의(마약관리법위반 및 의료법위반)로 경모(38)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결과 경씨는 운영상태가 좋지 않았던 문씨의 병원을 사들인 뒤, 매달 문씨에게 월급을 쥐어 주며 자신이 데려온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하게 했다. 경씨가 2011년 2월부터 반 년여간 프로포폴 투약으로 벌어들인 돈만 4억여원, 투약회수는 360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경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앞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연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경씨의 아내와 생후 6개월 된 딸의 부양 문제를 고려해 이를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지 원장’ 문씨는 애인을 상대로 의사 친구를 통해 별도로 빼돌린 프로포폴을 투약하거나, 프로포폴을 대신할 전신수면마취제를 넘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씨는 애초 유흥주점과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동시에 운영해 프로포폴 중독자 인맥이 넓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구속 기소된 의사 박씨의 경우 이들 중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씨를 병원 실장으로 끌어들여 2011년 2월 보름여에 걸쳐 43회 프로포폴 불법투약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 처리된 강남 소재 병원들은 대놓고 중독자를 끌어들여 프로포폴을 무차별 불법 투약한 나머지 강남일대 유흥종사자들 사이에 ‘수면마취 전문병원’으로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 시술 없이도 많게는 하루 10차례까지 반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해 준 탓이다.
이들 병원은 일과 후나 휴가철이 되면 아예 병원 문을 닫아 놓고 중독자들만 병원에 어울려 모여 1박2일 집중 투약하는 일명 ‘포폴 데이’도 수차례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투약대금은 추적이 쉽지 않은 현금과 차명계좌를 통해 주고받았으며 일부 중독자들의 경우 아예 간호사에게 체크카드를 맡겨 둔 채 추가 투약시마다 간호사 등이 돈을 찾아 결제하기도 했다. 월 수입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일명 ‘텐프로’도 프로포폴에 중독된 뒤 수입 대부분을 프로포폴 투약대금으로 써버려 빚더미에 올라 앉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유흥업 종사자 11명, 유흥종사자들에게 대마 흡연법을 알려주며 함께 대마를 흡연한 의사 노모(33)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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