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국내 뮤지컬 1호 음악감독이자 첫 창작뮤지컬인 '사랑은 비를 타고'의 연출자인 배해일 서울뮤지컬아카데미 대표(사진)가 곧 무대로 돌아온다. 그는 요즘 작품 구상을 완료하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머지 않아 무대에서 관객과 만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설도훈, 송승환 등과 함께 한국 뮤지컬 1세대로 통한다.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을 고집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는 잠시 뮤지컬 무대를 떠나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떠난 건 아니다. 95년 설립한 뮤지컬아카데미에 전념하며 전문배우 양성에 여전히 힘을 쏟아왔다.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서울뮤지컬 아카데미'에는 노래와 춤을 연습중인 뮤지컬 배우들의 거친 숨결이 가득하다.
뮤지컬시장은 다른 예술 장르와는 달리 경기 침체에도 성장세를 보이는 문화콘텐츠다. 인터파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규모 3000억원, 관람객 700여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금 순수국내 창작 뮤지컬은 수입 혹은 번안작의 그늘에 가려 고전을 면치 못 한다. 배 대표는 이런 상황을 아픈 심정으로 바라본다. 배 대표는 "18년전 첫 국내 순수 창작뮤지컬인 '사랑은 비를 타고'가 무대에 올려지던 당시 관람객 연 인원이 20여만명 수준였던 걸 감안하면 지금은 뮤지컬 세상이 됐다"고 술회한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13년동안 3000여회의 공연을 기록하며 순수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연 작품이다. 배 대표는 "유독 외국작품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을 빨리 극복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배대표는 "지난해 5월 개막한 '위키드'의 경우 오리지널 팀이 내한공연해 3개월만에 관객 20만명 돌파, 매출 26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 편중, 즉 양극화가 심하다"며 "뮤지컬 시장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서라도 창작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해 뮤지컬 전용극장 확대 , 뮤지컬 저작권 문제 개선, 창작 뮤지컬 지원, 새로운 창작물 및 연출가 발굴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그는 새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구상에 여념이 없다. 아직은 내놓고 얘기할 단계는 아니란다. 그러나 곧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배 대표를 기다리는 관객이 많다. 뮤지컬 시장에서 배해일이 연출한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마케팅이 된다. 배대표는 30여년동안 뮤지컬 등 연출가로 살아온 것에 대해 '고행길'이었다면서도 "무대가 준 삶을 결코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흘리는 눈물은 상상만해도 온 몸이 떨리게 한다. 박수가 그립다. 연출가로 다시 작품을 올려야하는 이유다. 지금 뮤지컬 시장이 성장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힘들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노력해야한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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