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4·24 재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 노원병 지역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이 후보를 내기 않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무소속 안철수 예비후보와 진보정의당 김지선 예비후보가 야권연대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25일 노원병 무공천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여야에서는 노원병 야권 단일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안 후보와 김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면 노원병은 그야말로 ‘버리는 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무공천을 통해 사실상 야권 후보를 양보하며 안 후보에 대한 지지의 뜻을 내비친 민주당은 안 후보로의 단일화를 기대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의석수를 빼앗겨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민주당이 통합진보당 김재연·이석기 의원의 자격심사안 발의에 동참하며 진보 진영과 사실상 각을 세우고 있는 터라 통진당과 같은 진보 진영으로 분류도 김 후보를 섣불리 지원하기도 마뜩잖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안 후보를 돕는 배경에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의 도움이 없었다면 48%의 득표율을 올리며 제1야당으로서의 체면을 살릴 수 없었을 것 이라며 양보의 명분도 챙겼다. 결국 노원병 후보 단일화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 기싸움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안 후보 측 인사들은 노원병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극히 말을 아꼈다.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를 도왔던 김성식 전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질문에 “단일화 논의를 앞세운 것은 정치혁신을 바라는 국민에게 도리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한 송호창 무소속 의원도 “민주당 무공천 방침을 평가하기엔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는 안 후보 측이 섣불리 ‘단일화 딜레마’에 빠져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일화 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시도하다 소탐대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어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야합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반면 민주당은 안 후보가 노원병에서 야권연대를 이뤄내길 바라고 있다. 안 후보에게 노원병을 양보하는 만큼 안 후보가 진보정의당까지 끌어안고 야권의 화합을 이뤄내면 새누리당에 맞설 야권의 추동력이 상승한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5·4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강기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 허탈감을 무릅쓰고 무공천을 하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는데 그 입장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한 재선 의원도 “민주당이 고심끝에 무공천을 결정했으니 안 후보는 노원병 야권 후보 단일화로 화답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민주당 내에서는 노원병 무공천 결정에 대한 반발과 함께 안 후보에 대한 쓴소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진 이용섭 의원은 “안 후보는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민주진보 진영이나 야권과 일체 협의 없이 일방적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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