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발의 51일만에 처리…저마다 흠집난 시간소모戰
새누리, 민주 요구 대부분 수용…협상 급물살
靑 '김학의 리스크' 의식해 개입한 듯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회에서 표류하던 정부조직 개편안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다. 지난 1월 3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51일만이다. 협상 과정의 극한 대치는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된 40개 법안을 처리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박근혜 정부의 조직 구성은 15부 2처 18청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를 신설해 17부 3처 17청으로 바뀌게 된다.
◆ 막판 쟁점 어떻게 정리됐나
막판 쟁점이 됐던 내용은 새누리당이 대폭 양보하면서 민주통합당의 입장이 대부분 반영됐다. 지상파 방송의 허가ㆍ재허가와 관련한 최종 허가권을 현행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게 됐다. 방통위가 전파법상 방송국의 허가ㆍ재허가에 관련된 무선국 개설 등에 대한 기술적 심사를 미래부 장관에게 의뢰하고, 미래부의 기술적 심사 결과를 반영해 허가ㆍ재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쟁점이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변경허가에 대해서는 미래부가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아 진행하도록 했다. 당초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가 작성했던 초안은 방통위가 미래부로부터 사전 동의 요청을 받으면 그로부터 3개월 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했지만 최종 합의문에서 빠졌다.
◆ 지지부진 끝 급물살 배경은
여야는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1시께 만났지만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며 10분 만에 결렬됐다. 오후 5시경까지 양당 대변인은 "협상이 장기화될 것 같다"면서 "국회 운영위를 열어 3월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태도 급변은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사의 표명으로 위기에 몰린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이 양보안을 제시한 시점이 성 접대 의혹에 휩싸인 김 차관의 사의 표명 직후라는 점 때문이다. 김 차관의 사퇴로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것을 우려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해 국면을 타개하는 데 도움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협상 분위기는 오후 6시경에 급변했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민주당의 요구를 대폭 반영한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방위의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이 합의 내용에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합의문 작성이 지연됐다. 이 같은 반발을 보면 새누리당 내부 합의보다는 '윗선'의 개입에 의해 이뤄졌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 여야 모두 '패자'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결국 승자 없는 싸움이었다. 지난 1월 30일 국회에 발의된 이후 40여 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타결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수차례나 본회의 처리시한을 넘겼다. 지난 17일 여야는 가까스로 협상을 타결했지만 해석을 놓고 또 다시 4일간 대치를 벌였다.
새누리당은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원안에 집착해 집권 초 25일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치 이슈로 발목을 잡았고, 미숙한 합의로 인해 4일간 해석을 두고 다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야는 향후 산적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고 지난해 총선과 대선 당시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에서의 상처를 치유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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