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럽연합(EU)의 키프로스 구제금융 방안은 예금자 보호 원칙을 깨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뱅크 런)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럽연합은 지난 15일 재무장관회를 열고 키프로스에 100억 유로를 지원하고 키프로스는 58억 유로를 자체 조달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키프로스는 비거주자를 포함해 모든 은행 계좌에 일회성 손실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10만 유로 이상은 9.9%,10만 유로 이하는 6.75%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은행예금에 대한 손실분담금 부과는 예금자 보호를 위한 은해예금보험의 원칙 즉 은행이 도산하더라도 예금은 보장받고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것이다.
이번 손실금 부과는 유로존 내에서는 처음있는 일이지만 은행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이아 등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18일 이탈리아 주가가 0.85% 하락한 것을 비롯,영국(0.49%),프랑스(0.48%),독일(0.39%),미국 다우지수(0.43%)의 주식이 하락한 것은 예금자 보호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유로존 전체와 미국에 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차우는 18일자 칼럼에서 “유럽 재무장관들이 뱅크런의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리스 구제 합의안의 장기적인 손실은 매우 크다면 단기 위험은 키프로에서만이 아닌 일반화된 뱅크런이라고 강조했다.
뮌차우는 키프로스 예금자들이 나머지 돈의 원금손실을 막기 위해 예금을 인출한다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일 것이며 남유럽 다른 나라들도 여기에 동참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뱅크런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키프로스에서는 은행이 문을 닫은 월요일 예금자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수도 니코시아 중심가는 물론, 시외곽 지역의 자동인출기(ATM) 앞에 장사진을 쳐 목요일 은행이 영업을 재개하면 대규모 인출 사태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키프로스의 경험으로 볼 때 예금보험제도의 상환능력은 한 국가의 상환능력과 같다”면서“이탈리아의 높은 공공부채비율이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공공 및 민간부채 합계액을 볼 때 이들 나라가 은행 예금 전부를 보험으로 보장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뮌차우는 또 키프로스 구제방안은 은행 구제시 채권국가들이 예금자들에게 손실분담을 요구할 것임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물론 유로존 내에는 뱅크런을 막을 제도상의 장치가 있다.일부 국가는 일일 인출한도를 정해놓았다.또 계좌개설도 까다롭다.외국인이 계좌를 개설할 경우 반드시 주거지가 있어야 하고 본인이 직접가야 하며, 현지 언어,적어도 영어를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뮌차우도 인정했다.
그렇지만 공포가 한계(임계질량)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행동에 나서고 그럴 경우 뱅크런은 저절로 계속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뮌차우는 경고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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