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국내 최초 유전정보 활용해 흡연 유해성 재입증
편평세포후두암 발생에 흡연기여도 88.0%, 편평세포폐암 86.2%
특별한 유전 요인이 없더라도 30년 이상 담배를 피우면서 하루 1갑씩 20년간 흡연한 경우 비흡연자보다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이 무려 54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년 이상, 20갑년(하루 한 갑×20년) 이상 흡연한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이 54.49배 높고 소세포폐암 발생에 흡연이 기여하는 정도는 98.2%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2004~2013년 전국 18개 민간검진센터 수검자 13만6965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및 유전위험점수(PRS) 자료, 중앙암등록 자료, 건강보험 자격자료를 연계해 2020년까지 추적 관찰해 분석했다.
특히 폐암 및 후두암 발생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 국내 최초로 유전 정보를 활용, 유전 요인의 영향이 없거나 극히 미미함을 밝혀내 흡연의 유해성을 재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건보공단은 설명했다.
우선 흡연으로 인한 폐암, 후두암 발생 위험 분석에선 소세포폐암, 편평세포폐암, 편평세포후두암의 발생 위험이 여타 암종에 비해 높고, 이는 과거 흡연자에 비해 현재 흡연자에서, 흡연력이 높을수록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즉, 성과 연령, 의료보장 유형, 소득 수준(건강보험료 분위), 음주 여부를 포함해 폐암 및 후두암의 유전위험점수가 동일 수준이더라도 30년 이상, 20갑년 이상 흡연자인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편평세포폐암은 21.37배, 편평세포후두암은 8.30배 발생 위험이 높았다.
반면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과 흡연력이 동일하다는 조건 하에 유전위험점수가 높은 경우 전체 폐암 발생 위험은 1.20~1.26배, 편평세포폐암 발생 위험은 1.53~1.83배 유의하게 높아지는 데 그쳤다.
특정 위험 요인에 노출된 집단의 질병발생률 중 위험 요인이 기여하는 정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30년 이상, 20갑년 이상 흡연자인 경우 소세포폐암 발생에 흡연이 기여하는 정도가 98.2%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유전 요인의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았다. 또 편평세포후두암은 88.0%, 편평세포폐암은 86.2% 수준으로 흡연이 암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 요인은 전체 폐암 및 편평세포폐암에 한해 암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정도는 각각 0.7%, 0.4% 수준에 불과했다.
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은 흡연 등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한 체세포 돌연변이가 주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선천적 유전 요인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함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흡연이 소세포폐암 및 편평세포폐암 발병에 기여하는 정도가 각각 98.2%, 86.2%임을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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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건강보험연구원 건강보험정책연구실장은 "흡연과 폐암, 후두암 발생 간의 인과성 분석에서 국내 최초로 유전 요인의 영향을 통제한 것은 물론 유전 요인이 폐암 및 후두암 발생에 기여하는 정도까지 규명한 연구"라며 "그 결과 유전 요인은 폐암 및 후두암 발생과 개연성이 없거나 극히 낮은 반면 흡연은 암 발생의 강력한 위험 요인임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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