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반발,정부 부정입장 고수·중국산 저가 유입에 가격경쟁력도 떨어져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내수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오는 4월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일괄적으로 공급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건설사 등 고객사들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정부가 가격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건설사에 공급하는 철근 가격을 t당 4만7000원 인상키로 했으나 협의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달 열리는 협의체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의 반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지난해 3월 제품가격을 t당 84만원선까지 올린 이후 1년째 가격인상에 실패했다.
냉연강판 시장 1위 업체인 포스코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회사 역시 냉연강판 제품가격 인상을 위해 고객사와 협의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전망과 달리 오는 4월 가격인상도 확신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금융투자업계가 가격인상에 대한 낙관론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협상 주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년째 가격을 올리지 못해 4월 인상설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급자와 수요자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극복해야할 난관도 적지 않다.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가 철강가격 인상에 부정적인데다 저가 중국산 철강제품이 대거 쏟아져 들어오면서 가격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중국산과 일본산 철강제품 가격은 60만원대 중후반으로 국산 제품보다 t당 10여만원 이상 싸다. 국산 철강제품 가격이 지난해 3월 이후 동결 또는 하락세를 거듭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적정가격 확보에 실패하면서 분기를 거듭할수록 악화일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1분기 별도기준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5290억원과 1260억원으로 컨센서스대비 각각 18%와 12% 이상 하회할 전망이다. 이는 현물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이 그 만큼 상승하지 못한 탓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매달 국내 주요 고객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 등과의 가격비교 때문에 협상에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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