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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창조', 한 부처 전속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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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머리를 창조적으로 하셨네요."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중소벤처기업을 찾은 현장에서 한 직원에게 한 말이다. '창조적'인 헤어스타일을 가진 그 직원은 한 눈에 보기에도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이 말에는 최근의 '미래창조과학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가 담겨져 있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방송통신 융합 분야를 비롯해 정보기술, 미래산업 등의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총괄해야 한다는 뼈있는 농담을 던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대통령은 그 직원이 '창조적인 머리 스타일'을 한 것에만 집중했지, 얼마나 '창조적인 머리'를 가졌는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듯하다. '창조'라는 단어에만 갇혀 내용보다는 형식에 얽매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둘러싼 많은 논란을 보면서 여러 관련 분야를 융합해서 기존에 없던 거대 부처를 만들고, 그 부처 이름에도 '창조'를 못박아놓는 것이 과연 그 의도의 참신성 만큼 창조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창조'가 어느 한 부처의 전속물일 수는 없다. 새 정부가 다른 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면서 들고나온 '창조 경제'만 하더라도 이는 아이디어와 지식, 상상력 등 무형의 자산을 동력으로 삼는 것으로, 모든 영역에 필요한 가치다. 정부의 모든 업무에서 추구해야 할 방식이며,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과정'인 것이다. 요컨대 '무엇(What)'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How)'의 문제인 것이다. 자칫 '창조'의 강조가 오히려 창조의 협소화, 형해화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때마침 미래창조과학부의 영문명(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에서 핵심철학인 '창조'를 뜻하는 'Creation'이 빠진 것은 어쩌면 이 같은 맹점을 그 스스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창조'가 실은 그 자신에 의해 퇴색했다는 비판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일방주의 정치야말로 창조를 해치는 적이다. 창조 없는 창조 부처, 창조 정부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머리 스타일'이 아닌 '열려 있고 창의적인 머리와 시각'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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