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정책 희극'이 연출됐다. 지식경제부는 어제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임원들을 소집해 물가안정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형마트들이 할인행사를 여는 등 물가안정에 노력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분발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물가안정을 강조하자 정부 관료들이 기획재정부 주도 아래 출범시킨 '유통구조개선 태스크포스'의 세부 분과활동 중 하나로 이뤄진 일이다.
어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날이었다. 그러니 윤 내정자가 지휘한 일은 아니겠고, 아마도 지경부의 차관급 이하 관료들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나름대로 읽은 바를 행동으로 옮긴 것 같다. 압박을 받은 대형마트들은 관료들에게 밉보여서 좋을 게 없기 때문에 할인판매 행사를 추가로 기획하는 등 장단 맞춰주기에 나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1%대다. 경제연구소들은 대체로 국내 물가가 앞으로 오르더라도 적어도 연말까지는 2%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 정부 부처들이 경기 활성화 등 다른 경제정책 과제들을 제쳐놓고 우선적으로 물가안정 드라이브에 나서는 모습은 기이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반적인 물가안정 속에서도 식품류 등 서민생활에 밀접한 일부 품목들은 물가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대형마트와 같은 대기업 할인점들을 조여 소비자가격을 내리게 하면 그들이 그 인하분을 자체 비용으로 흡수할까? 그들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농어민과 중소기업들에 전가되는 부분이 더 클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7%나 상승한 신선식품 물가는 그런 식으로는 안정시키기 어렵다. 신선식품을 비롯한 농수산물은 유통구조 개혁이 물가안정의 근본 대책인데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로 이런 방향의 정책적 노력은 아직 시동되지 않았다. 게다가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할 정도로 무대책이다. 경제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전략을 가다듬고, 그 틀 속에서 구조적으로 효과 있는 물가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