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재형저축이 돌아왔다. 18년 만이다. 각 은행은 어제 재형저축 상품을 내놓고 예금 유치경쟁에 들어갔다. 증권사, 저축은행, 우체국 등도 경쟁에 뛰어들거나 준비에 나섰다. 반응은 뜨겁다. 금융회사에는 문의가 빗발쳤다. 가입에 필요한 소득증명서를 떼 주는 국세청 웹사이트는 수십만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바람에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재형저축에 쏠리는 높은 관심은 그만큼 마땅한 저축수단이 없다는 반증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서민은 0.1%의 금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 터에 정기예금 수준을 크게 웃도는 고금리에 비과세 혜택까지 따르는 재형저축이 큰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형저축이 가계의 목돈 마련 기회가 되고, 금융회사들은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다면 부활의 의미가 커질 것이다.
고금리와 이에 쏠리는 관심이 곧 재형저축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재형저축과 같은 장기성 저축에는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경제운용이 긴요하다. 투기가 살아나거나, 경제위기가 닥친다면 저축을 열심히 한 사람만 손해를 보게 된다. 금융권의 과당 경쟁이 불완전 판매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은행 등이 높은 예금금리의 부담을 대출이자에 떠넘긴다면 가뜩이나 빚더미에 올라선 서민의 고통은 오히려 가중될 것이다.
재형저축 부활의 뒤쪽에는 '추락한 저축률'과 '저축여력의 소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를 훌쩍 넘었던 가계저축률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급락하기 시작,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2011년 2.7%)까지 떨어졌다. 민간의 저축이 없으면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나라경제만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다. 가계저축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신용불량자와 개인 파산이 늘어나고 이는 노후의 불안,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고금리 예금이 없어서 저축률이 급락한 것은 아니다. 저축은커녕 살림하고, 은행 빚 갚기에도 힘든 것이 서민의 삶이다. 이들이 저축할 여력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 성장과 이에 따른 과실의 고른 분배, 부단한 일자리 늘리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저축하려는 마음과 합쳐질 때 저축률은 다시 뛰어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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