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회봉사대상자 농촌인력 지원'
범법자는 봉사로 마음 덜고
농가는 일손 덜어 '일석이조'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농촌인력 부족으로 근로자들의 일당이 10만원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돈을 들이지 않고 인력을 활용할 수 있으니 농가 입장에서는 감사할 뿐이죠."
전남 장성군 북이면 일대에 위치한 블루베리 농장주 여모씨의 말이다. 지난해 9월 태풍 '볼라벤'이 휩쓸고간 후 여씨의 농장은 쑥대밭이 됐다. 농장 비닐하우스의 쇠파이프 연결 대는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비닐은 모두 찢겼다. 밭 옆 하천이 범람해 밭의 일부가 유실되기도 했다.
여씨는 농촌지역의 급속한 고령화와 농업분야 취업기피 현상으로 농촌 지역에서 일손을 구하기 쉽지 않은터라 2400㎡(800평)에 달하는 농장을 복구할 일이 막막했다. 그러던중 농협이 사회봉사 대상자들을 농촌 인력에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듣고 농협에 도움을 요청했다.
며칠 후 6~7명의 인력이 여씨의 농장에 투입됐다. 보름여 간의 작업으로 농장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여씨는 "돈 주고도 일손 구하기가 힘든데 인력 구하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무료로 인력지원을 받으니 농가에는 큰 도움이 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농협중앙회는 2010년 5월부터 법무부와 손잡고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을 지원하고자 '사회봉사대상자 농촌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가벼운 죄를 지은 사람을 구금하는 대신 자유로운 생활을 허용하면서 일정시간 무보수로 사회에 유익한 근로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교통사고, 음주운전, 벌금미납자 등 경미한 범죄를 일으켜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대상자다.
그동안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이들은 주로 서민층 집수리, 수해복구, 산불감시, 장애인ㆍ노인 복지관 봉사를 해왔는데, 농협이 노력한 끝에 3년 전부터 농촌 일손 돕기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별내농협 홍동기 상무는 "작년 한 해 동안 총 2114명의 사회봉사 대상자들이 이 지역에서 492농가에서 농촌 일손을 도왔다"며 "농가들의 신청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사업은 고령농가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농가를 지원하고 있어 농민들로부터 호평과 환영을 받고 있다. 농촌지원사업에 참여한 사회봉사 대상자 수가 2010년 8만1517명에서 2011년 10만6320명, 지난해에는 11만986명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가 이를 대변한다. 지난 3년간 30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농촌지역 일손돕기에 투입됐으며, 약 200억원의 농가인건비 지원 효과를 거뒀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이 사업이 농업인에게 주는 경제적 효과가 연간 40억~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앞으로 6년간 이 사업이 지속될 경우, 최소 220억원에서 최고 560억원까지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경제연구소 서충원 책임연구원은 "사회봉사 대상자 농촌지원 사업은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농업ㆍ농촌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농협과 정부간의 협력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며 "농업ㆍ농촌을 지속 가능하게 할 대표적인 협력 모델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과 법무부는 현재 전체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의 20% 수준인 농촌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비중을 30%까지 늘리고, 지원대상 농가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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