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운동이 한창인 프로야구.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에서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린다. 매체들은 좋은 성적을 남긴 선수나 유망주를 속속 조명한다. 그 주는 선발투수 후보의 호투나 백업의 활약. 시즌 성적과 직결된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내용이 단순히 기록에만 의지하는 경향이 짙은 까닭이다.
사실 이시기 타자의 안타 수나 투수의 무실점 등은 무의미하다. 이름 그대로 연습경기이기 때문. 가령 3안타를 몰아친 타자가 있다면 상대투수가 누구였는지, 타점을 올렸는지, 타구의 질이 어떤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글쓴이가 LG에서 뛰었을 때다. 선수단은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글쓴이는 빗맞은 안타 2개 포함 3안타를 때렸다. 상대 투수는 정보가 없던 탓에 시종일관 공격적인 피칭을 퍼부었다. 같은 이유로 야수들의 수비 위치도 미숙했다. 3안타로 포장된 활약의 진실이다.
만족할 수 없던 플레이. 언론의 시선은 달랐다. 컨디션이 최고조에 올랐단 기사가 여럿 발견됐다. 이름 앞에서 ‘대폭발’이란 수식어도 적잖게 보였다. 기사를 살펴보며 ‘내가 정말 잘했던 것일까’라는 착각이 들었다. 실제로 선수들은 주위 분위기에 준비가 잘 되어간단 착각에 빠지기 쉽다. 지도자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유망주나 백업은 전지훈련에서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다시 말하면 오버워크를 범한다. 이 때문에 몇몇 선수들은 시즌 시작과 동시에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힌다.
덕장으로 알려진 김인식 감독은 선수의 체력과 성향을 잘 파악한다. 전지훈련에서 유망주에게 무리를 요구하지 않으며 정규시즌 때 적절하게 기용한다. 2006년의 류현진(LA 다저스)이 대표적인 예다. 신인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정규시즌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차지했다.
여기에는 김인식 감독의 묘수가 숨겨져 있었다. 류현진의 기량이 프로에서 충분히 통할 수준이라 판단, 철저하게 투구를 베일로 감쌌다. 정규시즌 상대 팀들이 속절없이 무너진 주된 원인이다. 눈길을 끌었던 요소는 하나 더 있다. 류현진에게 제공한 프로 첫 등판 경기다. 왼손타자가 많은 LG를 상대하게 하며 조금이나마 경기를 편안하게 이끌도록 했다. 당시 류현진은 7.1이닝을 3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개인적으로 글쓴이는 메이저리그의 운영방식을 선호한다. 한겨울 스스로 몸을 만든 뒤 뒤늦게 집합해 훈련을 시작한다. 3월 한 달간은 쉼 없이 매일 시범경기를 치른다. 경기 수가 많아 선수들은 시즌에 맞춰 철저하게 페이스를 조절한다. 가령 주전들은 3월초 한 타석에만 나선다. 이후 천천히 소화 이닝을 늘리며 시즌을 준비한다. 투수도 다르지 않다. 매 경기 투구 수를 조금씩 늘려간다.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와 다르다. 연습경기나 시범경기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적잖은 선수들은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그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말이다. 부상을 감추면서까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도 적잖게 발견된다. 이들 대부분은 시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전지훈련은 훈련 양보다 경기를 통한 실전감각 회복이 중요하다. 프로야구 운영에 보다 더 많은 여유가 곁들여지길 기대해본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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