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당국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누출됐을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을 탐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을 탐지해야 핵실험 원료가 우라늄인지 플루토늄인지 확인할 수 있다. 남은 시간은 사실상 오늘밖에 없다.
군당국은 13일 동해안에 고정식 및 이동식 제논 탐지와 크립톤 탐지 장비는 물론 해상과 상공에 방사능 포집 장비를 부착한 함정, 기본훈련기(KT-1)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WC-135W(콘스턴트 피닉스) 특수정찰기도 투입됐다. 2006년과 2009년 1, 2차 핵실험 때도 투입된 이 정찰기는 오키나와 가데나기지에서 출발해 대기 표본수집 장비로 방사성 물질을 탐지한다.
한미양국이 한반도 상공에서 방사성 물질을 잡아낸다면 북한의 핵실험에 사용한 원료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2차 핵실험 때 플루토늄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우라늄을 이용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군 당국은 한반도 상공에 남동풍이 부는 점을 이용해 동해 상공에서 방사성 물질을 포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 2차 핵실험때와 달리 풍속이 강해 예상했던 2~3일 이내보다 이른 시일에 포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안에 포집하지 못한다면 결정적인 증거를 놓치는 셈이다.
특히 갈수록 교묘해진 북한의 핵실험갱도 때문에 채취확률이 낮아졌다. 군당국이 지난 4일 공개한 사진에는 사지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내부 구조가 길이 1㎞ 내외의 수평갱도로 달팽이관 모양으로 이뤄졌다.
갱도에 설치된 1~10번까지 문 중 핵폭발 장치가 터지면 물질과 가스 등이 1~3번 문에서 대부분 차단된다. 두께 1m 내외의 강철과 콘크리트로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차단문은 미닫이 형태로 설치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핵폭발 잔해를 차단하고 폭발 당시 힘이 차단문에 급격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격벽도 세 곳이나 설치됐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 9일 이뤄진 1차 핵실험 때의 수평갱도는 직선으로 건설돼 방사능 등이 외부로 누출됐다. 하지만 2차 핵실험 때 갱도를 이처럼 견고하게 건설해 외부로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번 3차핵실험도 달팽이관 모양의 견고한 갱도가 만들어졌다면 방사능 노출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당국이 핵연료가 플루토늄이냐 고농축우라늄이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북한이 우라늄을 이용해 성공할 경우 앞으로 핵위협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를 만들려면 원자로를 가동해야 하지만 이는 북한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라늄을 이용한다면 북한내 매장된 우라늄을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라늄은 플루토늄과 달리 연기, 냄새, 특수물질의 배출이 없어 감지하기 힘들고 공정이 간단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기술 수준에 따라 외교안보적으로 대처해야 할 기준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채취작업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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