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슈퍼 탤런트', '슈퍼 소닉', '손세이셔널'. 세간의 별명만 나열해도 그에 대한 평가를 알 수 있다. 손흥민(함부르크)이 유럽 축구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상승세는 분데스리가를 집어 삼킬 정도다.
▲달라진 손흥민, 기록에서 드러난다
손흥민은 요즘들어 함부르크 경기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단순히 골 때문만은 아니다. 슈팅의 양과 질이 모두 향상된 덕이다. 후반기 개막 후 4경기에서만 무려 13차례 슈팅을 기록했다. 앞선 16경기에선 24회에 불과했다. 후반기 슈팅 대비 유효슈팅 비율도 70%에 육박한다. 전반기 46%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특히 손흥민의 올 시즌 유효슈팅 대비 득점률은 45%(9골/유효슈팅 20회)다. 리그 득점 공동 선두 스테판 키슬링(레버쿠젠·38%), 마리오 만주키치(바이에른·43%),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42%, 이상 14골)보다도 앞선다. 세 명은 모두 32회 이상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최근 늘어나는 손흥민의 유효 슈팅수는 자연스레 득점력 증가를 기대하게 한다.
드러난 기록은 허수가 아니다. 실제로 손흥민은 최근 4경기에서 물오른 슈팅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양발과 헤딩은 물론 바이시클킥 등 고난도 슈팅도 자유자재다. 그 위력은 사각지역에서조차 유효하다. 슈팅 방식은 오른발 6회, 왼발 4회, 헤딩 3회였으며 슈팅 지역도 정면 6회, 오른쪽 4회, 왼쪽 3회 등 다양하게 분포됐다.
단점으로 지적받던 기복 있는 플레이도 사라졌다. 매 경기 꾸준한 공격력으로 골 사냥에 나서고 있다. 한 단계 올라선 전술 이해도 덕분이다. 이전까지 손흥민은 측면보다는 최전방에 설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만큼 포지션 소화력이 부족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최전방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부지런히 움직임에 예리한 돌파와 영리한 공간 침투로 상대 수비를 공략한다. 향상된 연계 플레이 능력도 한 몫 한다. 스위칭 플레이나 2대1 패스 등을 적절히 활용하며 공격 루트를 다양화시키고 있다. 투톱 파트너 아르티옴스 루드네브스나 '도우미' 라파엘 반 더 바르트와의 호흡도 좋다.
덕분에 함부르크도 손흥민과 함께 동반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후반기 4경기에서 승점 7점을 따내며 내년도 유로파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7위까지 올라섰다. 지난 시즌 강등권에 허덕이던 팀에서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지난 9일(한국 시간)에는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디펜딩 챔피언' 도르트문트를 원정에서 4-1로 대파하기도 했다. 함부르크는 올 시즌 손흥민이 골을 넣은 7경기에서 6승1패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팀 승리의 파랑새인 셈이다.
▲ 한국인 유럽 리그 최다골에 도전!
현재 9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데뷔 후 첫 시즌 두 자리 골 득점도 눈앞에 두게 됐다. 여태껏 유럽 1부 리그에서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린 한국인 선수는 세 명에 불과하다. 차범근이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총 6회, 설기현이 2001년(앤트워프)과 2003년(안더레흐트), 박주영이 2011년(AS모나코) 각각 정규리그 두 자리 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올 시즌 두 자리 골을 넣는다면 한국인 유럽파로선 네 번째이자 역대 최연소 기록 보유자로 올라선다.
한국인 유럽리그 최다 골 기록은 1985-86시즌 차범근(당시 레버쿠젠)이 기록한 17골. 당장의 기록 경신은 만만치 않다. 올 시즌 손흥민은 20경기에서 9골을 넣어 경기당 0.45골을 넣고 있다. 남은 시즌 13경기에 전부 출전한다고 했을 때 산술적으로 14~15골이 가능한 셈. 하지만 매 경기 꾸준한 활약으로 골을 사냥하고 있어 막판 몰아치기만 가능하다면 차범근의 대기록도 충분히 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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