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선수 영입에서 경력을 중시했다. 시발점은 2010년 8월 브랜든 나이트(넥센)의 대체 요원으로 입단한 팀 레딩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두 차례나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휴스턴에서 뛴 2003년(10승 14패 평균자책점 3.68)과 워싱턴에서 뛴 2008년(10승 11패 평균자책점 4.95)이다. 지난 시즌 승률 1위(82.4%)를 차지한 미치 탈보트의 빅 리그 성적도 무난했다. 2010년 클리블랜드에서 10승 13패 평균자책점 4.41을 남겼다. 삼성은 2011년 4번 타자감으로 라이언 가코를 데려오기도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메이저리그 6시즌 463경기에서 타율 2할7푼5리 55홈런 250타점을 남겼던 선수다.
이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영입 당시 부상후유증을 겪거나 기량이 떨어지고 있었다. 가코는 2010년 손목 부상을 당한 이후 타자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탈보트 역시 2011년 부상 이후 평균구속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시즌 직구 평균구속은 140.9km. 2010년 146.7km에 비해 5.8km 정도 느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은 지난 2년 동안 통합우승을 이뤘지만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는 올 시즌 2명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로 이어졌다. 새 외국인투수들에게 기대하는 요소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젊음과 강력한 구위(Stuff)다.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로드리게스는 193cm 113kg의 건장한 체격을 갖췄다. 과체중으로 보일 수 있으나 체형은 근육질에 가깝다. 야구전문지 베이스볼아메리카(BA)의 2011년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체격은 ‘프레디 가르시아(뉴욕 양키즈)의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을 연상케 한다’라고 기술돼 있다.
로드리게스의 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슬러브 궤적으로 떨어지는 커브다. 서클체인지업도 구사가 가능하나 완성도는 떨어진단 평이다. 스카우트들이 꼽는 강점은 직구다. 로드리게스의 직구 평균구속은 2011년 146.5km, 2012년 147.0km였다. 메이저리그 오른손투수의 평균이 146.4km란 점을 감안하면 그리 빠른 구속은 아니다.
스카우트들은 큰 키에서 비롯된 높은 타점에 주목한다. 로드리게스는 투구에서 축인 오른 다리를 구부리지 않는다. 최대한 꼿꼿이 펴서 던진다. 여기에 더해지는 강력한 손목 힘은 직구의 상하 움직임을 지저분하게 한다. 지난 시즌 로드리게스의 직구는 26.1cm의 상하 움직임을 기록했다.
슬라이더의 위력 또한 상당하다. 지난 시즌 평균 22.6cm의 좌우 움직임을 보이며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두 구종의 모션은 모두 메이저리그 오른손투수의 평균 수치(직구 상하 움직임 17.7cm, 슬라이더 좌우 움직임 6.4cm)를 크게 뛰어넘었다. 특히 슬라이더의 좌우 움직임 폭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최정상급 구종으로 평가받고 있는 텍사스의 다르빗슈 유(25.7cm)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시즌의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 빅 리그 등판은 5월 8일 마이애미와의 홈경기에 기록한 6이닝 6탈삼진 2실점이 전부다. 마이너리그 성적은 좋지 않았다. 13경기에 선발 등판, 92.2이닝을 소화하며 4승 4패 평균자책점 6.60을 기록했다. 높은 평균자책점에는 불운이 적잖게 작용했다. 수비 도움이 배제된 평균자책점인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는 4.25. 평균자책점과 2.5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해 안타로 연결된 타구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로드리게스가 빅 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이유로는 빠르지 않은 직구 평균구속, 다양하지 못한 변화구, 왼손타자 공략 실패(빅 리그 통산 피OPS 0.847), 위기 상황에서의 평정심 유지 실패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충분히 도약이 가능한 선수다. 올해 나이는 26세에 불과하다. 마이너리그 시절 큰 부상도 없었다. 더구나 그는 한국에서 뛰며 출장 시간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투구 내용은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와 흡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제2의 프란시스코 크루세타로 전락할 확률도 없진 않다.
♧릭 반덴허크 편이 5일 이어집니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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