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이슈에 대기업 및 총수 호감지수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투자 失機 등 우려 목소리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최태원 SK(주) 회장의 법정구속 결정에 대해, 재계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재벌 기업에 대한 국민적 반감(反感)이 집행유예 없는 법원 판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10대 그룹 총수 두 명이 연이어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저성장 기조 등을 극복하기 위해 합심하고 있는 재계의 의지가 자칫 꺾이진 않을까하는 우려감도 제기됐다.
31일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대기업과 이를 거느리는 총수들이 우리 사회의 성장 원동력이 아닌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급전직하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사회 이곳 저곳에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시점에 이를 주도할 10대 그룹 중 두 그룹 총수의 발이 묶여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모순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기업호감지수(CFI)'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호감지수란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한 것으로 ▲국가경제 기여 ▲윤리경영 ▲생산성 ▲국제 경쟁력 ▲사회공헌 등 5대 요소와 전반적 호감도를 합산해 산정한다. 100점에 가까우면 호감도가 높은 것이고 0점에 가까우면 낮은 것으로 해석한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 높아지며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도 함께 높아졌으나, 지난해 두 번의 선거 과정에서 기업관련 이슈가 정치권에서 제기된 것이 국민들의 기업호감도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 이슈가 국민들의 대기업·총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의 얘기다.
대기업 총수 부재가 유로존 위기 등에 잠재성장률마저 위협받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 실정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극단적인 경고성 발언도 터져 나왔다.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대기업들의 투자 결정이나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의 판단이 실기(失機)할 경우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그룹은) 계열회사와 위원회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해 나갈 예정이지만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 능력 등이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SK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모두의 불행이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SK 최태원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해 대비를 이뤘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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