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역시 경기불황 때 소주가 많이 팔리는가. 지난해 성인 1인당 평균 98병의 소주를 마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1년보다 7병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한 2008년에 기록한 사상 최대 소주 소비 기록을 갈아치울 요량이다. 공교롭게도 어제 발표된 지난해 성장률은 2008년보다도 0.3%포인트 낮은 2.0%였다.
주류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주 출하량은 115.3만㎘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사상 최대였던 2008년과 비슷하다. 12월 겨울철 성수기와 출고가 인상에 따른 사재기 영향으로 연간 소주 출하량은 2008년(130.6만㎘) 수준을 넘어섰으리란 관측이다. 자그마치 36억병으로 성인 1인당 98병꼴이다.
결코 반갑지 않은 1인당 연간 소주 100병 소비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소주 소비 증가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더구나 지난해 말 소주 출고가 인상 이후 일부 대중 음식점에선 한 병에 4000원씩 1000원을 올려 받는다. 성장률은 바닥을 기는데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심해지면 서민층이 울화를 달래느라 소주를 더 마셔댈 수도 있다.
지난해 성장률이 2%를 버텨냈다지만 속내는 멍이 시퍼렇다. 성장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위축됐다. 정부 소비, 즉 재정투입 효과를 빼면 1%대 성장에 머문다. 기업들도 '전차군단(전자ㆍ자동차)' 등 일부 수출 대기업들만 실적이 괜찮지 나머지는 형편없다. 경제성장률이 2011년부터 이태 연속 잠재성장률(4% 안팎)을 밑돌았는데, 올해도 2%대가 예상되는 판이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지난해 3분기 0.1%에서 4분기에 0.4%로 고개를 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글로벌 환율전쟁이 격화되면서 수출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새해 새 마음으로 출발해도 부족한데 하필 정권 이양기다. 정치권과 정부는 국민이 새해 벽두부터 소주를 마셔대지 않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경제심리를 북돋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술 권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불황에 지친 국민을 위로하는 것 또한 정치가 할 일이다. 출범을 한 달 앞둔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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