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번의 법칙(?)."
B는 독학으로 골프를 시작해 구력 5년에 80대 후반을 치는 필자의 지인입니다. 스코어가 1년 이상 정체된 상태로 진전이 없자 지난겨울 동안 전격적인 스윙교정에 들어갔지요. 봄이 되어 함께 라운드를 해 보니 스윙은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 스코어는 오히려 90대 후반으로 떨어졌습니다.
라운드 후에 B는 "겨울 내내 공들인 노력이 전혀 효과가 없다"며 다시 전 스윙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런 일은 동계훈련을 통해 "칼을 간" 수많은 아마추어골퍼들에게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요?
몇 년 전 세간에 '1만 시간의 법칙'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이 주장한 이론이지요. 바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골프에서의 스윙 교정은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할까요?
인간이 처음에 어떤 동작을 배워 그 동작을 잘 하려는 의도 없이도 습관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려 3만 번의 반복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풀 스윙으로 100개의 공을 친다고 해도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셈입니다. 짧은 겨울에 샷을 완벽하게 완성시킨다는 자체가 무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겨울에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잡아낸 뒤 1년에 걸쳐서 조금씩 완성해 나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욕만 앞섰다가 후회하고, 결국은 포기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조금 더 빨리 완성하기를 원한다면 하루 스윙 수를 늘리면 되지만 150개 이상 치면 부상의 위험도 큽니다. 직접 공을 치기보다는 빈 스윙을 늘리는 게 효과적인 까닭입니다. B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을 반복한 끝에 여름에는 드디어 '싱글 핸디캐퍼'가 됐습니다.
송태식 웰정형외과원장(www.wellclini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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