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4일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데는 안정감과 관리능력, 법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가 가장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당선인은 총리의 실질적인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고 국정 운영 과정에서 내각에 무게를 많이 두는 사실상의 책임총리제를 구상하고 있다. 이 구상이 실현되려면 총리의 국정 주도 능력과 내각 장악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후보자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인수위원장을 잇따라 맡아 일하면서 '절제된 언행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며 어른다운 카리스마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후보자는 또한 1957년 고등고시에 합격한 이후 주요 법원 부장판사와 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을 두루 역임하며 '행정의 정수'로 통하는 사법 행정을 폭넓고 깊이 있게 경험해 나라 안살림을 무난하게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법관으로서 거의 최고점에 도달한 신화적 인물이라는 점이 사회 전반에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점도 박 당선인의 고려 요소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재임 중 생수 시판을 허용하는 판결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신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헌재 소장으로 일하면서는 군제대자 가산점제, 동성동본 혼인금지, 영화 사전검열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여겨진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결정을 내려 국민의 권리를 중시하고 개혁에 주저하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이는 박 당선인의 모토인 '국민행복'이나 '민생'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특히 일생을 법조인으로 보내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법과 질서'의 상징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점도 한 몫 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김 후보자 지명 소식을 알리면서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하는 등 평생 법관으로서 국가의 법과 질서를 바로세우고 확고한 소신과 원칙에 앞장서 오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 또한 박 당선인의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가지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 출생이라서 지역안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강점도 지니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인수위원장 임명 당시에도 야당으로부터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를 끌어내 앞으로 진행될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지나치게 박 당선인의 의중대로 움직이는 데 치중해 자칫 '허수아비 총리'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리직을 수행하려면 때로는 대통령 및 청와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며 정부를 이끄는 과단성도 필요한데 김 후보자가 그간 보여준 모습에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보좌역'으로서의 면모가 너무 짙다는 것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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